김유리(35·여)씨는 짬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중고 물건을 검색한다. 처음에는 ‘사기 거래’ 우려도 있었지만 노트북을 비롯해 몇 가지 중고 물건을 구입해 써본 뒤로는 중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거래로 인한 만족감이 높아지면서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도 괜찮은 물건이 나온 게 없는지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직접 물건을 내놓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11일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고 상품 거래에 따른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오픈마켓 11번가 역시 분기별 중고 상품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340%나 폭증한 것을 비롯해 올해 1분기(118%), 2분기(76%)를 거치면서 거래액이 상승 추세다.
중고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은 중고 물건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데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IT 기기 등 제품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중고 거래 활성화 요인으로 꼽힌다. 유아용품 등 일정 시기가 지나면 다시 쓰기 힘든 제품의 경우 과거에는 버리거나 물려주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요즘에는 커뮤니티를 통한 거래가 일반화돼 있다. 옥션 박석영 전략사업팀장은 “중고시장은 업계에서 시장을 조성했다기보다 자연적으로 발화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고물가로 인해 중고 상품 거래가 늘고 중고 거래가 많은 IT와 패션의 신제품 주기가 짧아지면서 거래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의 중고 거래 활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의 중고 거래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중고 거래의 경우 사기 사례가 자주 발생하지만 오픈마켓은 구매자가 구매에 동의를 해줘야 판매자에게 금액이 지급되는 안전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1번가 정건길 중고상품 담당 MD는 “커뮤니티에서의 중고 거래는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경우가 아니면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방에 있어 만나서 거래하기 힘든 경우 수수료가 더 들어도 안전거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모바일 상거래 비중이 늘면서 중고 물품 거래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옥션의 경우 지난해 매출 중 모바일 매출은 5%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0%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를 제외한 온라인 중고시장 규모를 4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거래 규모가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커뮤니티에 산재해 있던 중고 거래가 일원화되고, 중고 거래를 경험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중고 거래 물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싸고 멀쩡한데 쓰던 거면 어때? 불황 덕보는 오픈마켓 중고장터
입력 2014-07-12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