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미국 시카고에 지하 1층, 지상 9층짜리 60m 높이의 빌딩이 세워졌다. 고층 상업건축을 추구한 건축가그룹 시카고파의 창시자로 불리는 윌리엄 르 베론 제니가 설계한 홈인슈어런스빌딩이었다. 세계 최초의 고층빌딩은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강철 골격을 사용해 만들어진 이 빌딩을 가리켜 ‘skyscraper’라고 불렀다. 하늘을 긁어댈 정도로 높다는 뜻이었다. 하늘(天)에 닿을(摩) 만큼 높은 누각(樓閣)이라는 마천루는 ‘skyscraper’의 한역(漢譯)이다. 마천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홈인슈어런스빌딩을 시작으로 초고층 빌딩은 경쟁적으로 세워졌다.
높이 경쟁에 불을 지핀 인물은 윌터 크라이슬러와 존 제이콥 래스콥이다. 건설 붐이 한창이던 1920년대 말 미국 뉴욕에서 최고 부자를 다투던 크라이슬러사의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의 래스콥은 누가 가장 높은 빌딩을 짓는지 경쟁했다.
세계 최고층 기록은 1930년에 준공된 크라이슬러빌딩(77층·319m)이 먼저 차지했다. 하지만 이듬해 래스콥이 주도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381m)이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시카고 윌리스타워(108층·442m)가 73년 완공되면서 43년 동안 지켜온 왕좌 자리에서 내려왔다.
현재 이 자리는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가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완공된 이 건물은 높이 828m(162층)에 도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았다. 2019년에는 이 높이 기록도 깨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첨탑 높이를 포함해 무려 1007m(168층)에 달하는 ‘킹덤타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인류는 높이 1㎞ 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10일 국내에서도 최고층 빌딩이 우뚝 솟아올랐다. 높이가 305m(68층)에 달하는 송도 동북아무역센터가 그것이다. 2002년까지 최고층 빌딩으로 군림했던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56m 더 높다. 하지만 이 빌딩도 2년 후에는 타이틀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내줘야 한다. 2016년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는 555m(123층)에 달해 동북아무역센터보다 무려 250m나 높다. 이러다 하늘을 진짜 긁는 것은 아닐까. 마천루의 끝이 어딘지 궁금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마천루
입력 2014-07-1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