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순애 (6) 10년을 염려하는 것보다 10분을 집중 기도하라

입력 2014-07-14 02:05 수정 2014-07-14 02:37
박순애 전도사(앞줄 가운데)에게 일을 주고, 책을 빌려줬던 예텃골 어르신들은 부모와도 같은 분들이다. 박 전도사는 비정기적으로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동네잔치를 연다.

믿음은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 공허한 이론의 믿음은 생명력이 없다.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기에 교회학교 우리 반 학생들에게 바른 예배부터 가르쳤다. 바른 헌금도 가르쳤다. 이것이야말로 복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알려주는 길이었다. 헌금은 새 돈으로 용돈을 모아 준비할 것, 헌금은 반드시 봉투에 넣어서 드릴 것, 드릴 땐 봉투에 기도제목을 쓰라고 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따라오진 못했다. 그러나 삶 속에서 훈련이 되니 아이들이 먼저 헌금 봉투를 찾았다. 그리고 최고의 것으로 예물을 드렸다. 말씀도 열심히 읽게 했다. 나는 이 훈련을 통해 내 생애 최고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우리 반에 글씨를 모르는 두 명의 학생이 있었다. 말씀을 읽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교회에 안 나오겠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받아쓰기를 매번 빵점 맞는다며 다른 친구들이 두 아이를 놀렸다. 반 친구들의 수군거림에 눈물 쏟는 아이들을 본 순간 그 옛날 내가 놀림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 아이를 끌어안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 밤부터 선생님하고 공부하자.”

매일 밤 두 아이를 데려다 공과에 나오는 본문 말씀을 읽게 했다. 새벽 1시까지 붙잡아놓고 성경을 하루에 세 장씩 쓰도록 했다. 그러자 한 달 만에 아이들은 성경을 줄줄 읽어나갔다. 학교에서도 받아쓰기 100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나는 몇 년 걸려 성경을 읽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한 달 만에 성경을 읽다니….’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어느 날 아이들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한글도 다 뗐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어 마지막 공부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이들 과외를 부탁한다며 봉투를 건네는 게 아닌가. 과외를 해본 적도, 무엇보다 초등학교 중퇴의 실력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아무리 사양해도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돈 봉투 두 개를 들고 새벽기도에 나갔다. “하나님, 솔직히 돈을 보니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니 겁도 납니다.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그때 마음 가운데 이런 감동이 찾아왔다. “그래도 너는 3학년까지 다니지 않았느냐.” 우리 아이들은 2학년이었다. 서점에서 2학년 문제집을 샀다. 책장을 넘기며 알게 됐다. 나는 겨우 여기까지 배웠다는 사실을. 백단위의 덧셈과 뺄셈. 1학년 1학기 참고서를 사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밤에는 예습하고 낮에 우리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내게 배우고 성적이 나날이 향상됐다. 아이의 오빠까지 공부하러 왔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친 것보다 더 열심히 한 게 있었다. 매일 새벽예배에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기도한 것. 간절한 나의 기도에 주님은 응답하셨다. 공부를 못하고 말썽만 피워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찍혔던 우리 아이들이 나와 함께 믿음을 키우면서 전혀 다른 아이로 변화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동네에서 소문난 과외 선생님이 됐다. 두 명을 데리고 성경을 읽게 했던 것이 1년 만에 32명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로 커진 것이다. 그때 십일조를 20만원이나 드렸다. 결국 공장을 그만두고 본격 과외 선생님으로 나섰다. 청송에 계신 어머니도 모시고 왔다. 모든 게 형통하게 잘 이뤄지는 듯했다. 30·60·100배로 채워질 것만 같았는데, 어느 날 불법과외로 걸리고 만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무실에 불려가 다시는 과외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했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삶의 갈림길에서 난 생명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바로 무릎 기도. 40일 작정기도에 돌입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철저히 하나님만을 바라봤다. 10년을 염려하는 것보다 10분을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나님은 초등학교 중퇴인 나에게 교육사업으로 성공하는 기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셨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