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배에게서 휴대폰이 오면 반갑지가 않다. 그녀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종교, 사회, 문화, 교육, 정치…. 두루 한 바퀴를 돈다. 듣는 사람이 끊지 않으면 그칠 줄 모르는 그녀의 통화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해 말한다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으며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보어전쟁 중에 특이한 죄명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람이다. 그의 죄명은 ‘낙심시키는 자’였다고 한다. 그는 군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적군이 얼마나 강한지 그에 반해 아군은 얼마나 약하고 보잘것없는지 결국 ‘모두 잘못되어 있어’ 망하게 될 거라고 계속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총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해 군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성경 속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느헤미야가 성벽을 중수할 때 적들이 이 작전을 썼던 것이다. 느헤미야가 ‘건축하는 돌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곧 무너질 것’이라는 등의 말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낙담시키려 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낙심케 하는 자들은 늘 있어 왔던 것 같다. 민수기에 나오는 가나안 정탐꾼들의 예를 보면 열 명 중 여호수아와 갈렙을 뺀 여덟 명은 백성들을 낙담케 하여 울부짖게 했다. 부정 대 긍정의 비율은 8:2로 부정이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현대 심리학자들도 이것을 인정한다. 우리는 낙담시키는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모두 잘못되었다’고 성토하듯 한다. 크리스천 역시 마찬가지다. 몸 된 교회를 거침없이 깎아내린다. 무수한 부정의 말들 속에는 어두움의 세력이 있다. 그 암울한 세력이 사람들을 짓눌러 의욕을 잃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루스벨트의 낙관주의는 유명하다. 대통령 재임 시 기자가 물었다. “낙담이 되거나 마음이 초조할 때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휘파람을 붑니다.” “그렇지만 대통령께서 휘파람을 부는 것을 들었다는 사람은 없는데요.” “당연하죠. 아직 휘파람을 불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낙심시키는 자가 되어 자신이나 이웃의 영혼에 쇠고랑을 채우는 일은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낙심시키는 죄
입력 2014-07-12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