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동기유발

입력 2014-07-12 02:59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 국민일보DB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의 응원 구호는 ‘즐겨라! 대한민국’.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 구호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라고 했다. 즉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이영표는 이를 응용해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자신의 축구관을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도 한결같이 축구를 즐긴다고 말한다. 호날두는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축구는 내 인생”이라고 했고, 메시는 “축구는 단순히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좋아하고 즐겁기 때문에 한다”고 했다. 또 왕년의 축구 스타 호나우두는 “나의 장점은 드리블도 스피드도 아닌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고 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을 동기라고 한다. 바로 동기유발이다. 동기유발에는 ‘내적 동기유발’과 ‘외적 동기유발’이 있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마음은 내적 동기유발이다. 이에 비해 ‘부모의 강요’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축구를 한다면 외적 동기유발이라고 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엔 외적 동기유발이라도 어떻게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성공한 이들을 놓고 보면 내적 동기유발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얻기 위해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학술원회보(PNAS)에 실렸다. 웨스트포인트에는 매년 1300명의 생도가 입교해 그중 약 1000명만이 졸업장을 받는다. 또 졸업생 중에서 5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초과해 직업군인의 길을 걷는 이는 더욱 적고, 별을 다는 이의 수는 더더욱 적다. 연구진은 입교 때의 지원 동기를 파악해 내적 동기유발과 외적 동기유발로 분류한 다음 목표 달성도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그 결과 내적 요인이 우세한 생도들의 졸업 가능성은 평균보다 20% 높았다. 이에 비해 외적 요인이 우세한 학생들의 경우 장성이 될 확률이 2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내적 동기유발로 입교한 생도일지라도 외적 보상에 관심을 보였다면 장교 임관이나 승진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