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국의 잇단 스파이 사건에 폭발 베를린 주재 CIA 책임자 추방

입력 2014-07-11 03:37
독일 정부가 10일 자국 내 잇따른 첩보 행위의 책임을 물어 베를린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추방 조치했다.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최대 맹방인 미국에 추방 조치를 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 대사관에 주재하는 정보 책임자에게 독일을 떠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DPA는 “지난 70년간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 사이에 이번 추방령은 최고의 외교적 적대행위”라고 보도했다.

정부 발표에 앞서 독일 의회 정보활동 감독위원회 클레멘스 비닝거 위원장은 “독일 정부는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일련의 사건까지 여러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독일 내 미 정보기관 책임자에게 출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스파이 행위에 분개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충분한 사실적 근거를 확보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었다.

독일의 강경한 대응은 최근 발생한 두 건의 ‘미국 스파이’ 사건 때문에 나왔다. 독일 정부가 지난 2일 CIA에 기밀문서를 넘긴 혐의로 자국 연방정보국(BND) 소속 직원을 체포한 데 이어 지난 9일 추가로 또 한 명의 미국 스파이 검거에 나섰다. 두 번째 미국 스파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독일 국방부 소속으로 앞선 스파이보다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비밀기관 소속으로 의심되는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하다가 독일 스파이 색출팀에 포착됐다. 독일 검찰은 이날 아침 이 용의자의 베를린 아파트와 사무실 등을 급습해 컴퓨터 등 자료를 압수했다. 하지만 체포에는 실패했다.

NSA가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뒤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미국의 첩보 행위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결국 독일 정부가 폭발했다. 존 B 에머슨 독일 주재 미대사가 독일 외교부를 방문해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