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한국영화는 꼭 챙겨보는 40대 한영화씨. 최근 10년간 '한국영화 흥행 베스트 10'에 오른 목록을 보면서 '훗, 안 본 영화가 없군'하고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한국영화는 1990년대 초 '서편제'나 '쉬리' 정도에서 멈춰있다. 문득 궁금했다. 최초의 한국영화는? 처음으로 키스신이 나온 영화는? 가장 관객이 많이 든 영화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영화 기네스! 각종 한국영화 기록과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이후 한국영화 흥행 경신 계보를 짚어봤다.
최초라는 이름의 영화들
한국 최초영화는 김도산 감독의 무성영화 ‘의리적 구토’다. 영화계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상영된 1919년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최초의 유성영화는 이명우 감독의 ‘춘향전’(1935), 최초의 컬러영화는 1949년 홍성기 감독의 ‘여성일기’다.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역을 주로 담당했던 명배우 황정순의 데뷔작이 바로 ‘여성일기’다.
첫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홍길동’(1967). 만화가 신동우의 ‘풍운아 홍길동’을 그의 친형인 신동헌 감독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상영 4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고, 그 해 흥행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초의 여성감독은 박남옥 감독으로 그는 단 한 작품만을 연출했는데 이 영화가 ‘미망인’(1955)이다. 박남옥은 언니와 함께 ‘자매프로덕션’을 차렸다. 딸을 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업고, 돈이 모자라 제작진에게 직접 밥을 해먹여가며 영화를 완성했다. 최초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는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1956)이다. 1957년 아시아 영화제에 처음 정식 참가한 한국은 이 영화로 특별 희극상을 수상한다.
최초의 키스신이 나온 영화는 뭘까. ‘자유부인’(1956)으로 유명한 한형모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운명의 손’(1954)이다. 살짝 입이 스치는 정도에 가까운 이 2초 정도의 키스 장면은 유교적 가치관이 팽배하던 당시 분위기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당시 유부녀였던 여주인공 윤인자의 남편이 한 감독을 상대로 고소를 하려했던 일화도 전해진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는 ‘청춘의 십자로’(1936). 2007년 7월 한국영상자료원은 해방 이후 단성사를 운영한 오기윤씨의 가족에게서 ‘청춘의 십자로’ 질산염 네가 필름을 수집해 복원 작업을 완성했다. 가장 많은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누구일까. 무려 110편을 만든 고영남 감독이다. 고 감독은 1964년 ‘잃어버린 태양’으로 데뷔해 80년대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한국영화 흥행 경신 계보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흥행기록은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이다. 김진규 최은희 주연으로 설날 개봉해 74일이라는 기록적인 상영 끝에 서울에서만 36만명을 동원했다. ‘성춘향’의 기록은 7년 만에 깨졌다. 68년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신파멜로드라마의 전형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37만명을 불러 모았다.
이후 한국영화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미워도 다시 한번’의 기록을 능가하는 영화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74년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이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돼 46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기록은 김호선 감독의 76년작 장미희 주연의 ‘겨울여자’가 깼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40일 연속 매진이란 기록과 함께 59만명을 동원했다.
80년대 내내 깨지지 않던 이 기록은 임권택 감독에 의해서 경신된다. 일제 강점기 김두한을 민족적 영웅으로 조명한 ‘장군의 아들’(1990)이었다. 임권택-정일성 황금콤비가 만들어낸 화려한 한국식 액션으로 약 68만명을 모았다.
임 감독은 1993년 한국의 소리를 빼어난 풍광과 함께 영화에 담은 ‘서편제’로 ‘장군의 아들’을 앞섰다. 단성사 한 곳에서만 196일의 엄청난 롱런 흥행을 통해 103만5000명을 모아 서울관객 100만명을 넘어선 최초의 영화가 됐다. 이후 흥행 경신은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로 이어졌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기록은 2005년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로 깨진다. ‘왕의 남자’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겼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는 2012년 7월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로 1298만명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자료·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 기네스] 2초 ‘키스’ 장면에 감독 피소될 뻔
입력 2014-07-12 02:44 수정 2014-07-12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