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북핵’ 전략적 공조… ‘사이버 해킹·영유권’ 격돌

입력 2014-07-11 03:06
미국과 중국의 안보 및 경제 분야 고위급 관리들이 대거 참석한 제6차 전략경제대화가 10일 마무리됐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틀간 열린 전략경제대화 결과를 발표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간 전략적 공조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대립 각을 세웠던 민감한 현안에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미·중 6자회담 재개 조건 조율?=케리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북핵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일 서울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한·중에 이어 미·중 간에도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국무위원도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에서는 쌍방이 협상을 통한 비핵화 실현의 중요성을 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이버 해킹과 영유권 갈등 격돌…, 일부 성과도=사이버 해킹 문제를 놓고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케리 장관은 “사이버 도둑질은 우리 경제에 피해를 주고 국가 경쟁력을 위협해 왔다”면서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해킹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한 상태다. 이에 양 국무위원은 “사이버 안전은 모든 나라가 직면한 공통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중국은 미국이 전 세계 주요 국가를 사찰해 왔다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중국도 미국 사이버 해킹의 피해국’이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중국은 영유권과 티베트 독립 등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양 국무위원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중국은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에 대한 수호를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케리 장관은 회담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답인 셈이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는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양국은 경제투자협정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후변화와 야생동식물 불법교역 방지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규모 군사훈련 등에 관해 ‘상호통보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