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청소년 자화상] 공부·직업 고민에 청소년 2명 중 1명만 “결혼 해야”

입력 2014-07-11 03:09
늙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청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만 9∼24세 청소년·청년은 전체 인구에서 5명 중 1명꼴(19.5%·983만8000명)도 안 된다. 2060년에는 10명 중 1명꼴로 급감할 전망이다. 그런데 저출산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이들이 2명 중 1명 정도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를 보면 지금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관심사는 ‘결혼 이전까지의 미래’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만 9∼24세 젊은이들의 고민·스트레스·직업관·결혼관·IT생활·건강·학교생활 통계를 통해 오늘날 우리 청소년의 자화상을 살펴봤다.



여행 가고 싶지만…‘성적·직업’ 고민

경기도 분당의 고교 3학년생 김은수(가명·18·여)양은 금융감독원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금감원에 들어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교사인 언니가 방학 때 해외여행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가끔은 따라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잠깐 쉴 때면 그저 TV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게 전부다.

김양은 “학교 수업도 지겹고 입시 때문에 불필요한 것들까지 배우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며 “결혼은 관심 없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면 여행도 다니면서 나를 위한 진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의 일상, 꿈, 고민, 불만은 ‘2014 청소년 통계’와 비슷하다. 13∼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 사회조사(2012년 기준)에서 여자 청소년의 48.7%는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결혼관을 보였다. 이 세대에 결혼은 이미 ‘선택’이 된 지 오래다.

고민하는 문제는 10대와 20대가 조금 달랐지만 결국 ‘어느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13∼19세 청소년의 절반(50.4%)은 ‘공부’가, 20∼24세 10명 중 4명(41.4%)은 ‘직업’이 가장 고민되는 문제였다. 13∼24세에 걸쳐 고민거리 2위는 ‘외모’(17.8%)였다.

직업을 선택할 땐 ‘적성·흥미’(34.2%)와 ‘수입’(27.0%)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직장은 남학생의 경우 대기업과 국가기관이 각각 25.9%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여학생은 국가기관(31.3%) 대기업(18.3%) 순이었다. 남학생은 직업 선택에 ‘수입’(28.1%)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이 여학생(25.9%)보다 많았는데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3∼24세 청소년들은 쉴 때 TV시청(57.7%), 컴퓨터게임(41.9%), 친구·친척 만남(32.4%), 휴식(32.5%)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복수응답). 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여행(48.9%), 문화·예술 관람(37.0%), 스포츠활동(33.9%), 자기계발(31.3%) 순이었다.



학교가 불만인 아이들…불쑥 찾아오는 자살 충동

중·고·대학생 가운데 학교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46.1%로 절반도 안 됐다. 중학생은 ‘교육내용 만족도’가 42.0%, 고등학생은 ‘교육방법 만족도’가 30.7%밖에 안 됐다. 대학생은 교육방법(37.2%)과 교수와의 관계(39.5%)에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68.8%)꼴로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23만9000원이었다.

2012년 조사에서 13∼19세 청소년 중 12.1%는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성적·진학 문제가 39.2%로 가장 컸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16.7%)이 꼽혔다. 20∼24세는 9.9%가 자살을 고민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어려움(27.6%)이었다. 2012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청소년 10만명당 8.5명)이었다.

2012년 중고생 폭력 피해 경험은 5.6%로 조사됐다. 폭력을 당한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51.8%)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6796건의 아동학대(0∼17세 대상)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학대한 사람은 76.2%가 친부모였다.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은 인터넷으로 성인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