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軍 작전기록 노출 가능성 있는데… 日 “F-35 아·태 정비거점 유치 원한다”

입력 2014-07-11 03:03
일본이 우리 군의 작전기록이 노출될 수 있는 주력기 정비사업을 하도급 받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논란이 예상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의 아시아·태평양 정비 거점을 일본에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노데라 방위상 발언에 대해 “미군 외에도 한국과 호주 등이 F-35를 도입했을 때 정비를 하도급 받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6월 F-35 개발사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일본 미쓰비시가 최종 조립공장과 정비창(FACO) 건설 계약을 맺으면서 일본 정비창에서 주변국의 전투기가 독점 정비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우리 측으로부터 우려가 제기되자 록히드마틴은 “한국 공군의 F-35는 모든 유지·보수를 한국에서 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위상이 직접 ‘유치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방위상은 8일(현지시간) 텍사스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을 시찰한 뒤 “(F-35가) 향후 세계적으로 배포될 기종인 만큼 아시아의 정비 거점을 일본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F-35 구매가 확정됐거나 검토 중인 국가는 현재 한국, 일본, 호주와 싱가포르 등이다.

정비 거점은 아이치현에 위치한 미쓰비시 공장으로 일본은 이곳에서 F-35 38대를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은 2017년까지 42대의 F-35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4대만 완성품으로 구매하고 나머지는 자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 또한 F-35를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기종으로 선정했고 2018년부터 모두 4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미 공군이 계약 협상 중이며, 전량 완성품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일본이 조립공장까지 지을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한 데 비해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신문은 정비 거점에 대해 “F-35를 도입하는 한국이 전투기를 일본에서 정비하는 것에 감정적인 반발을 할 수 있어 (미국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비행기를 완전히 뜯고 조립하는 식의 창정비를 F-35는 도입 10년쯤 뒤에 한다”며 “국내 정비창 설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정비 거점 유치를 밀어붙이는 데는 군사대국화를 위한 국방예산 증강 차원이기도 하다. 정비 일감 확보를 통해 자국 방산업체들을 살리고, 이를 통해 국방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F-35가 최근 엔진 화재로 비행중단 조치를 받았음에도 현재 생산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은 록히드마틴의 치밀한 로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록히드마틴이 미국 50개주 중 최소 45개주에 협력업체를 배치해 문제가 생겨도 의원들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