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술이 완전히 장악됐습니다. 모든 여성은 머리에서 발까지 완전히 가려야 하며, 여성은 일을 할 수 없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빠져나오지 못한 모술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 인근에서 난민을 돌보고 있는 현지인 A목사는 최근 ISIL이 점령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목사는 "아르빌로 피란한 모술의 난민들이 100만명에 육박한다"며 "이들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서 밤새 기다려야 하며 낮에는 섭씨 55도까지 치솟는 더위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SIL의 과격성을 우려한다. 카심 아타 이라크군 대변인은 “ISIL의 국가 수립 선포는 모든 국가가 위협에 처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찰스 리스터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 객원연구원도 “국제 지하드 운동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이라며 “국가를 초월하는 지하드 운동의 새로운 시대가 탄생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들의 잔인성은 악명이 높다. 지난달 29일 칼리프제 이슬람국가를 천명한 직후 모술 인근 시아파 성지와 초기 기독교 교회당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을 폭파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모술의 19세기 도미니크회 교회에 불을 질렀다. 또 기독교인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했다가 받지 못하자 여성들을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술 인근의 한 마을에서만 지난달 1만명의 기독교인이 쿠르드족 자치 지역으로 피란했다고 유엔난민기구가 전했다.
기독교 매체 CBN뉴스는 “이라크 북부 니네베주의 작은 마을인 알코쉬에도 기독교인이 피신했다”며 “이들은 모두 ISIL의 공격을 피해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코쉬는 모술에서 동남쪽으로 45㎞ 떨어진 곳이다.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아 오래 머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2003년부터 내전과 전쟁 속에서 핍박받고 있다. 수많은 기독교인이 고국을 떠났고 그나마 자기 땅을 지키며 살아가던 ‘최후의’ 기독교인들마저 이제 위협받고 있다.
모술은 한때 10만명의 기독교인이 거주했다. 수도 바그다드 다음의 경제 중심 도시로, 구약성경 요나 선지자의 배경이었다. 이라크의 기독교 분파는 2000년 초반까지 가톨릭이 75%, 정교회 20%, 네스토리우스교회가 5%이며 개신교(장로교)는 극소수였다. 이라크 전체 기독교인은 2010년까지 50만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30만명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요셉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은 “이라크 기독교인은 ISIL이 지하드 세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이들은 자기들이 믿고 있는 교리에 위배될 경우 살해를 합리화한다”고 말했다.
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는 “극단주의 무슬림은 크리스천을 2등 국민으로 강등시키고 무력한 ‘딤미(dhimmi·이슬람법이 다스리는 국가에서 무슬림이 아닌 이등국민을 가리키는 말)’ 계층으로 만들고 있다”며 “크리스천들은 기독교 역사의 본거지에서 고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뉴스&이슈] ISIL이 점령한 모술, 기독교인 1만명 피란
입력 2014-07-12 02:24 수정 2014-07-12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