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예배 위해… 성찬식, 매주 합시다

입력 2014-07-12 02:14
한 교단 총회에서 성찬식을 준비하는 모습. 다수의 한국교회는 성찬식을 부활절 등 특별한 절기나 행사 때만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박종환 목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조이어스교회 주일 저녁예배에서 성찬상을 앞에 두고 예배를 인도 중이다. 조이어스교회 제공
거룩한 예배 회복 차원에서 매주 성찬식을 하는 교회가 주목받고 있다. ‘말씀과 성찬의 균형’이 예배의 골격이다.

지난 6일 오후 7시 올해 3월부터 매주일 성찬식을 하는 서울 서초구 조이어스교회(joyous.or.kr) 저녁 예배에 참석했다. 하얀 천이 덮인 성찬상 가운데는 붉은 천이 깔려 있었다. 다소 어두운 조명 속에 여러 개 촛불이 고요히 빛났다.

“이 빵을 떼어 주님의 몸을 나눕니다. 세상의 죄 없애시는 하나님의 어린양이 여기 계십니다.”

박종환 목사가 빵 덩어리와 포도주 병을 각각 높이 들고 말했다. 교인 50여명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박 목사가 떼어주는 빵 조각을 두 손으로 받았다. 교인들은 빵을 포도주에 적셔 입에 넣었다. 박 목사는 장애인용 삼륜오토바이에 앉아 예배를 드린 한 자매 앞으로 가 마지막 빵을 뗐다.

앞서 교인들은 ‘하갈의 하나님’(창 21:8∼21)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들은 후 중보기도를 했다. 세 사람이 기도대 앞으로 나가 각각 세상, 교회, 고통 받는 자를 위한 기도를 했다. 기도자의 개별 기도 후 회중이 함께 기도하는 것을 반복했다. 전 세계적 빈곤, 러시아 등 열강의 침략주의, 세월호 참사 후 고통,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이 등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 후 서로를 포옹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예배는 아름다우면서도 따뜻하고 소박한 인상을 줬다.

박 목사는 실천신대에서 예배학을 강의하는 신학자다. 그의 형 박종렬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게 된 이유는 뭘까. “새로운 예배 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배는 회중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교회 예배는 목회자가 설교를 하고 교인들은 강의처럼 듣는 시간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다수의 교회는 성찬을 연례행사로 한다. 20여년 동안 교회에 다니고 있는 A씨는 “부활절에 1㎤ 크기 카스텔라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을 마신다. 매주 성찬을 하면 좀더 성스러운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등 일부 교회는 매월 한 차례 성찬을 한다. 정동제일교회 등 소수 교회가 매주 성찬식을 한다.

예배학자들 사이에는 매주 성찬식을 하는 것이 예전(禮典)과 공동체 회복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성찬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은혜에 감사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한 그리스도를 기억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가 하나의 빵과 잔을 나누는 것은 성도 간 소중한 교제다. 이 교제는 우리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예수님은 유월절 날 자신의 피와 살로 새 언약을 세우시면서 떡과 포도주로 기념하라 하셨고(눅 22:14∼20, 마 26:26∼29), 신앙인들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을 통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성찬이 일반적으로 1년에 겨우 한두 차례 시행되다 보니 성찬은 성도들의 신앙생활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하나의 특별한 연례행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박해정 감신대 교수는 대학 채플에서 말씀(Proclamation)과 성찬이 조화된 예배를 진행한다. 목회자가 될 신학생들에게 초대교회 예전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초대교회 교부 저스틴 마터(100∼165)에 따르면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마다 성찬을 나누고 중보기도를 하고 말씀을 들었다. 중세 교회는 예전의 중심이 성찬으로 이동했다가 15∼16세기 종교개혁 이후 말씀으로 바뀌었다. 20세기 이후 말씀과 성찬의 균형은 예배학자의 주요 관심사다. 근래 북미 교회에서는 새로운 예배 모델을 찾기 위해 성찬 등 초대교회 예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예배가 설교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선교 초기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도 크다. 초교파 신학대 소속 한 예배학자는 “18∼19세기 미국 교회의 대각성 운동 후 전도를 강조하면서 미 교회 예식이 ‘찬양-설교-결심’이라는 부흥회 순서 위주로 구성됐다”며 “미국 선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교회 역시 이런 형태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하나님이 아니라 설교자가 예배의 중심이 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주 성찬을 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예배학을 전공한 중견교회 J목사는 “한국교회는 소규모 초대교회와 달리 교인이 수백명 넘는 곳도 많다”며 “우리 현실에 맞게 초대교회의 전통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절기마다 성찬을 하고 송구영신 예배 때 회중이 번갈아 기도한다. 서울 D교회는 2년 전 초대교회 전통에 따라 성찬 예배를 진행하다 중단했다. D교회 관계자는 “교인들이 매주 성찬하는 예배를 낯설어 했다”고 전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