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실버사회… 헬스케어 시장 갈수록 ‘금빛’

입력 2014-07-11 03:17 수정 2014-07-11 15:23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Allegan)사의 대표가 국내 수입업자에게 ‘도대체 강남이 어디 있는 나라냐’고 물었다고 한다.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것이다.”

국내 제약 탐방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들이 잘되는 것만 봐도 헬스케어 산업의 유망함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에서도 헬스케어 관련 펀드는 항상 수익률 상위에 랭크된다.

◇병원 신세 늘어나는 현대인=앉아서 활동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심장병과 암, 당뇨 등 만성질병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등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노인 인구도 늘어난다.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 확대를 눈여겨본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21세기 유망 산업에 헬스케어 산업을 일찌감치 올려놨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의 헬스케어 소비는 약 6조5000억 달러로 전 세계 총생산(GDP)의 10.4%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헬스케어 소비는 2005년부터 5년간 43% 증가했고, 2020년에는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사람들은 점점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더욱 많은 돈을 쓰고 있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민 지출 주요 질병 진료비는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고 있다. 심평원이 ‘국민관심통계’로 분류한 것들만 살펴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고혈압 관련 진료비는 8104억3400만원으로 2009년(6704억6200만원)에 비해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탈모 진료비는 48%, 우울증 진료비는 22%, 당뇨병 진료비는 30% 늘었다. 치매 진료비의 증가율은 무려 142%였다.

미용성형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점점 너그러워지는 것도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를 말해준다.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ISAPS)가 발표한 전 세계 성형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성형외과 의사 숫자와 시술 횟수에서 전 세계 7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인구 77명당 1명꼴로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도 성형 시장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는다. ‘강남공화국’ 일화를 웃어넘기지 않는 국내의 헬스케어펀드 매니저들은 보톡스 생산 기업을 투자처에 필수적으로 포함시킨다.

◇영원한 건강 걱정, 수익률로 입증=피델리티는 “헬스케어는 경기 사이클을 가장 덜 타는 산업”이라며 “중산층이 급증하는 이머징 국가에서 특히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동향은 자본시장에서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헬스케어지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65.1% 상승했다. 같은 기간 MSCI 월드지수의 성과는 절반도 안 되는 29.8%였고, 코스피200지수의 성과는 -2.6%였다.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인 건강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지난 23년간의 누적 성과로도 헬스케어는 여러 분야 가운데 으뜸이다. 지난해 말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분야별 누적성과를 따져보면 헬스케어는 1300% 상승해 에너지(1263.3%), 필수소비재(1157.3%), IT(1017.6%)를 앞질렀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화자산운용의 ‘한화글로벌헬스케어증권 자투자신탁(주식) 종류A’ 펀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2006년 7월 18일 설정된 이후 수익률은 지난 9일 기준 124.91%다. 연초 이후로는 14.19%의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 평균은 0.02%, 해외 주식형 펀드가 1.04%에 머무르는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2011년 7월부터 3년간 이 펀드에 매달 50만원씩 18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은 현재 2563만원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라고 계산했다. 다만 고수익만큼 위험이 높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 펀드의 위험등급은 공격적 자산가들에게나 적합한 ‘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피델리티도 투자 고려사항에서 “바이오테크나 신생 벤처들의 위험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