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 군의 작전기록이 노출될 수 있는 주력기 정비사업을 하청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피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자국 내에 설치키로 계약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의 아시아·태평양 정비창에서 한국과 호주가 도입할 F-35도 정비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노데라 방위상 발언에 대해 “미군 외에도 한국과 호주 등이 F-35를 도입했을 때 정비를 하청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록히드마틴의 아시아 지역 정비창에서 주변국들의 전투기가 정비될 것이라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온 바 있다. 당시 우리 측으로부터 우려가 제기되자 록히드마틴은 “한국 공군의 F-35는 모든 유지·보수를 한국에서 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방위상은 8일(현지시간) 텍사스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을 시찰한 뒤 F-35에 대해 “향후 세계적으로 배포될 기종인 만큼 아시아의 정비 거점을 일본에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정비 거점은 아이치현에 위치한 미쓰비시 공장이다. 일본은 이곳에서 F-35 38대를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은 2017년까지 42대의 F-35를 도입키로 하면서 4대만 완성품으로 구매하고 나머지는 자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 또한 F-35를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기종으로 선정했고 2018년부터 모두 40대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록히드마틴이 계약 협상 중이며, 전량 완성품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의 계약 사안이 다른 이유는 구매금액 때문이다. 일본이 조립 공장까지 지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 데 비해 우리는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정비 거점에 대해 “F-35를 도입하는 한국이 전투기를 일본에서 정비하는 것에 감정적인 반발을 할 수 있어 (록히드마틴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F-35의 경우 비행기를 뜯고 조립하는 것 같은 (까다로운) 정비가 필요한 게 아니다”며 “그런데도 일본 정부의 구매량이 많아 록히드마틴이 적극적으로 부인도 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정비 거점 유치를 밀어붙이는 데는 군사대국화를 위한 국방예산 증강 차원이기도 하다. 정비 일감 확보를 통해 자국 방산업체들을 살리고, 이를 통해 국방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F-35가 최근 엔진 화재로 비행중단 조치를 받았음에도 현재 생산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은 록히드마틴의 치밀한 로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는 록히드마틴이 미국 50개주 중 최소 45개주에 협력업체를 배치해 문제가 생겨도 의원들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동근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dkyoo@kmib.co.kr
우리 軍 작전기록 노출 가능성 있는데… 日 “F-35 아·태 정비거점 유치 원한다”
입력 2014-07-11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