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세월호 참사가 며칠 됐죠?”(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 “기억 못합니다.”(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세월호 참사가 언제 일어났죠?”(유 의원) “어 그게….”(김 후보자) “뒤에서 가르쳐주지 마세요.”(유 의원 등)
10일 새벽 마무리된 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의 한 장면이다. 김 후보자는 의원들로부터 호통을 들으며 한참 머뭇거리다 “4월 16일인가 (아마) 그렇습니다”라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수 등을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김 후보자는 배석한 교육부 관료가 쪽지를 건네주자 안도하는 듯했다. “오늘까지 실종자가 몇 명이에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7명입니다”라고 답했다. 유 의원이 “11명입니다”라고 힐난하자 당황한 듯 “에?”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앞에 놓인 쪽지로 눈을 돌렸다.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을 뜻하는 ‘4·16’은 이미 고유명사로 통용된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만 봤던 국치일이다. 또 공직사회의 무능·무책임·무사안일 그리고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대표되는 부패상(腐敗相)이 낱낱이 드러난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날이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국가 대개조론’을 이끌어갈 축으로 발탁된 인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부총리가 총괄하는 부처가 어디어디에요?”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교육부의 한해 예산을 묻는 기초적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말도 했다. “일제고사는 반대하는데 학업성취도 검사는 찬성한다.” 통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고사로 줄여 말한다.
기본 개념도 정립이 안 됐다며 청문회를 준비한 5주간 뭐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공직수행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김 후보자 자진사퇴와 청와대의 인사 반성을 촉구했다.
교육부 자문위원을 지냈던 한 대학교수에게 청문회 관전평을 들었다. “제기됐던 의혹을 일소한다기에 봤는데 말귀도 못 알아듣는 사람(김 후보자)이라서 오전만 보고 (텔레비전) 껐다.” 부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았었기를 바랄 뿐이다.
이도경 사회센터 기자 yido@kmib.co.kr
[현장기자-이도경] 세월호 참사 잊은 인물로 국가 대개조?
입력 2014-07-11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