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이전 야간시위 사실상 허용될 듯… 처벌 대상 아니라는 헌재 결정

입력 2014-07-11 02:03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금지돼 있는 ‘해가 진 이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 야간시위’가 사실상 허용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자정 이전의 야간시위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내린 결정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야간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된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 국장은 2009년 9월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에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용산 참사’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유죄로 판단해 서 국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헌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자정 이전의 야간집회는 처벌할 수 없다’며 기존의 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 평일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돼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헌재 결정 이후 나온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헌재의 결정을 집시법 조항 일부에 대한 위헌결정이라고 봤다. 헌재 결정이 특정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한정위헌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부 조항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헌재법 47조에 따라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판결을 내려야 한다. 반면 한정위헌결정은 헌재법이 규정한 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정위헌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15건과 하급심 법원에서 진행 중인 375건의 야간시위 사건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에만 344건의 사건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또 2007년 집시법 개정 이후 자정 이전의 야간시위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