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에 절판됐던 이문열의 ‘변경’ 재출간

입력 2014-07-11 03:30

작가 이문열(66)은 당초 대하소설 ‘변경’(사진) 초판을 수정하거나 늘림 없이 퇴고 수준에서 손을 봐 재출간하려 했다. 그러나 다시 보니 초판을 쓴 40대도 아직 원숙을 자부하기에는 일렀다. 그 정도의 손질로는 바로 잡을 수 없는 오류와 불철저함이 곳곳에 있다고 느껴졌다.

작가는 지난해 6월 손대기 시작해 꼬박 1년을 매달렸다. 그는 “나름으로는 다듬고 바로잡는다고 애썼으나 여전히 불안하고 불만스럽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사람의 아들’ 말고는 이미 출간한 책에 손대 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라고도 적었다.

‘변경’이 최근 민음사에서 재출간됐다. 1986년 집필을 시작해 98년 12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99년에만 50만권 이상 팔리며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그러나 2001년 작가의 정치 성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그의 책을 불태웠다. 작가는 2003년 ‘변경’을 절판시킨 뒤 미국으로 떠났다.

재출간된 ‘변경’은 12권 중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 700매 가량을 포함해 총 1000매 분량을 고쳐 쓴 것이다. 60년대 이야기인 ‘변경’은 40∼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웅시대’의 속편이자 향후 집필할 또 다른 소설의 전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변경’은 ‘변경’으로 완결하고 이후 이야기는 독립적인 형태로 쓰겠다는 작가의 결정에 따라 기존 작품의 완결성을 높이는 것 위주로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작가는 현재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3부작 소설을 준비 중이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