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중국은행 ‘돈세탁 보도’ 난타전

입력 2014-07-11 02:38
중국 관영 CCTV가 중국 5대 은행 중 하나로, 외환전문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이 돈세탁을 방조하면서 국부 유출을 돕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은행이 보도 내용을 반박하자 외신들은 10일 국영 기업 사이의 이례적인 난타전을 흥미롭게 보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CCTV 보도가 중국 당국의 금융 부분 개혁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CTV는 9일 아침 시사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은행의 외환 서비스업무 ‘여우후이퉁(優匯通)’이 내국인들이 현금을 해외로 유출하는 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중국은행이 전국 지점을 통해 해외 투자이민이나 해외 부동산 구입을 위해 자국 위안화 예금 계좌를 개설하면 해외 지점에서 자금의 출처를 따지지 않고 국제 계좌 이체 형식으로 거액의 외화 자금으로 환전해 준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광둥지점이 동원됐다. 몰래카메라 형식의 CCTV 방송에서 중국은행 한 지점의 여우후이퉁 업무 관계자는 “긴말 필요 없다. 어떤 돈이건 가져오기만 하면 세탁해 주겠다”고 장담했다.

중국은행은 즉각 발표한 성명에서 “CCTV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정상적인 환전 업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전 때마다 엄격히 심사하고 금융 당국에 보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언론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중국인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돈은 5만 달러가 상한선이다. 하지만 여우후이퉁은 한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홈페이지에는 알리지 않고 고객이 먼저 요구할 때만 은밀하게 처리해 주고 있다고 21세기 재경망은 전했다.

여론도 중국은행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네티즌 ‘순풍에 돛을 달고’는 “중국에 대량으로 뤄관(裸官·벌거벗은 관리라는 의미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중국에 혼자 남아 있는 공무원)이 존재하는데 알고 보니 중국은행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중기위(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중국은행 고위 관리들을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