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경제 활성화 위해선 가계소득 늘려야”… 최경환 경제팀, 소득 증대 해법 딜레마

입력 2014-07-11 02:48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끌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가계소득 증대를 꼽았다. 임금 근로자들의 월급봉투를 두둑하게 해야 소비와 내수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을 깔고 있다(국민일보 1월 24일(1·3면), 27일(7면), 28일(6면) 당신의 월급봉투는 안녕하십니까 시리즈 참고).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당장 하반기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하는 정부로선 처방할 만한 즉효약이 없는 상황이다.

◇근본은 경제구조=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10일 “2기 경제팀 내부에선 근로자 소득 증대에 대한 공감대가 분명히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태껏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산업만으로는 내수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지 않고는 소비를 촉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고용률 70% 정책에 힘입어 고용지표 수치는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기 경제팀은 이런 격차의 원인을 수출·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찾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소재-부품-완성품으로 이어지는 생산라인을 수직 계열화하고 중소기업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들어가는 구조에 주목한다. 대기업이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근로자에게 정당한 인건비가 돌아가지 않는 게 근본적인 격차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대기업은 단가 후려치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상시종업원 300명 미만)의 임금은 대기업(300명 이상)의 52.9%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며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납품단가 후려치기 실태를 파악해 관련 대기업의 명단을 8월 중 공개하고 해당 기업을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단가 후려치기 피해를 당한 하도급 업체가 해당 대기업에 대해 소송을 통해 피해액의 3배를 청구할 수 있는 신고포상제 입법안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 중소기업이 3배 배상액을 타내기 위해 거래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소송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사내하도급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하도급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들먹이며 격렬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 처방 카드는=근로자 소득을 이른 시일 내에 끌어올릴 처방으로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장려금 확대 정도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근로자 250만명 정도의 임금이 따라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7.1% 인상된 5580원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현재 이의신청 기간이어서 이의가 제기되면 재심의를 할 수는 있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재심의가 열린 적은 없다. 따라서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심의가 열린다고 해도 재계의 거부반응을 극복해야 한다. 재계는 지난달 열린 최저임금 심의에 2년 연속으로 동결안을 들고 나왔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근로장려금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에게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독려형 지원제도다.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기준 연소득 2500만원 미만, 홑벌이 가구는 2100만원 미만이면 신청 가능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맞벌이 가구는 최대 210만원, 홑벌이 가구는 최고 17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모두 5480억원이 지급됐다. 지원 기준을 낮춰 대상을 확대하면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으로 지급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기업체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지원금을 바라는 기업체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