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기대 소득은 88만원밖에 안 된다. 당장 짱돌을 들고 시위라도 하지 않으면 미래엔 꿈도 희망도 없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저임금 비정규직이 일반화된 시대의 10대, 20대 젊은이를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짓고, 2007년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우 박사는 “20대 가운데 상위 5%만 한전이나 삼성, 5급 공무원 같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95%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 것”이라며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의 평균임금 비율인 74%를 곱해 88만원을 산출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최저임금은 많이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으로 2007년의 3480원에 비해 49.7% 인상됐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다고 해서 비정규직이나 사회초년병들의 소득이 크게 느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43만원으로 정규직(289만원)의 49.4%에 불과했다. 그 격차는 오히려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다.
19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원조’ 88만원 세대는 예민한 성장기에 부모의 경제적 몰락을 지켜봤고,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알바를 뛰었으며, 금융위기 전후로 극심한 취업난에 내몰렸다. 그 뒷세대들의 사정은 좀 나아졌는가. 청년실신(대졸 후 실업자가 되거나 빌린 등록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됨),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십오야(15세만 되면 앞이 캄캄),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절망) 등의 유행어가 바통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새로운 88만원 세대들이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건설현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퇴직공제에 가입한 건설일용직 근로자 중 20대의 비율은 지난해 10.2%로 2009년의 5.5%에 비해 크게 늘었다. 7만원의 일당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15∼24세 청소년 근로자 가운데 26.3%가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08년(22.2%)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을 고쳐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시정해도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두 차례 위반하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법만 잘 지켜져도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88만원 세대의 流轉
입력 2014-07-11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