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신규상장 부진에 “숨은 진주 추천 좀…” 캠페인

입력 2014-07-11 03:20

“산업현장에서 기업경영에 매진하고 계신 최고경영자(CEO) 여러분께 취임 인사를 올리는 한편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주변에 건실하지만 기업공개(IPO)를 주저하는 기업을 하나씩 추천해 주시는 ‘원 플러스 원’ 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코스닥·코넥스시장의 모든 상장기업 CEO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미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건실한 동종업계 기업을 한 곳씩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10일 국민일보와 만나 추천된 기업들에 대해 “각종 상장지원 활동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거래소의 고위 임원이 직접 상장사 CEO들에게 ‘진흙 속 진주’ 발굴을 요청하고 지원을 약속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닥은 각종 활성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신성장 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상실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개장 1주년을 맞이한 코넥스 역시 시가총액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거래 부진과 저조한 신규상장 문제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상반기가 지난 시점, 거래소의 올해 상장 목표 달성률은 10%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올해 초 코스닥시장에서는 70개, 코넥스시장은 100개의 기업을 자본시장에 새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올해의 코스닥 신규상장 종목은 7개, 코넥스는 10개다. 다음 달까지 많은 기업이 상장 예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획기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김 본부장이 취임 인사와 함께 이례적인 운동을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에 쌓은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상장심사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추천이 접수되면 거래소 상장지원센터 직원을 파견, 기업을 직접 탐방시키는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시장 활성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규제완화를 천명한 거래소는 최근 다음카카오의 우회상장을 한 달 만에 초고속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기대주 다음카카오는 10월부터 실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편지 말미에 “애초에 길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면, 그것이 길이 된다”는 중국 사상가 루쉰의 글을 덧붙였다. 아직은 길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10여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원 플러스 원을 회신한 CEO는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내수 부진, 주식시장의 침체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