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美스파이 추가 적발”… 해외 軍배치 고급정보 유출

입력 2014-07-11 02:39
미국과 독일의 스파이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지난 2일 미 중앙정보국(CIA)에 기밀문서를 넘긴 혐의로 자국 연방정보국(BND) 소속 직원을 체포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추가로 또 한 명의 미국 스파이 검거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단순한 스파이 사건을 넘어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미국 스파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독일 국방부 소속으로 앞서 검거된 스파이보다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은 이날 아침 이 용의자의 베를린 아파트와 사무실 등을 급습해 컴퓨터 등 자료를 압수했다. 하지만 체포에는 실패했다.

이 용의자는 미국의 비밀기관 소속으로 의심되는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하다가 독일 스파이 색출팀에 포착됐다. 그는 독일 국방부의 해외 인력 배치 업무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했다. 첫 번째 스파이가 건넨 자료보다 접근이 더 제한적인 고급 정보를 미국에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NSA)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 감청으로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미국의 독일 내 첩보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독일 정치권은 크게 분개하고 있다.

존 B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사건 이후 두 차례나 독일 외교부를 방문해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연정파트너인 사민당의 토마스 오퍼만 원대대표는 “어떻게 동맹국이라는 나라가 매주 정기적으로 우리의 자료를 빼갈 수가 있느냐”며 “동맹 관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첫 번째 스파이는 컴퓨터의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것처럼 인식되는 스파이 프로그램으로 CIA와 1주에 1번씩 접촉하며 218건의 자료를 빼돌렸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독일과 미국이 얼마나 친하냐”며 “미국이 우리한테 왜 그런 방법을 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