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축구 홍명보 사퇴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입력 2014-07-11 02:30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결국 자진사퇴했다. 월드컵 대표팀 단장을 맡았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수석부회장도 동반 사퇴했다. 정몽규 협회장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벨기에에 0대 1로 져 16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이라는 치욕을 당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지 13일 만이다.

협회 수뇌부는 조별리그 탈락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 유임 쪽으로 밀어붙였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홍 감독을 두 차례나 주저앉혔다. 협회는 지난 3일 허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홍 감독이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계속 잡는다고 발표했다. 귀국하는 대표팀이 ‘엿 세례’를 받았음에도 “대안이 없다”며 홍 감독을 유임시킨 것이다. 홍 감독을 방패삼아 협회로 쏟아질 비난을 막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정치판에 이어 축구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 감독이 월드컵 직전 토지를 구매한 사실이 불거지고 폭탄주 여흥 동영상까지 유출되자 협회의 ‘홍 감독 구하기’는 실패로 귀결지어졌다.

홍 감독의 사퇴 과정을 보면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던 협회의 밀실 행정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협회는 홍 감독 유임을 결정하면서 국민 여론보다는 몇몇 수뇌부의 의견에만 의존했다. 인맥과 의리로 똘똘 뭉친 협회 수뇌부의 이런 결정에 차두리 선수는 아버지인 차범근 감독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때 경질된 점을 회상하면서 ‘98년에는 왜…??? 혼자서…’라는 페이스북 글로 비판했다. 이 글은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으나 협회는 이를 외면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부터 정몽규(현대산업개발 회장) 현 회장까지 ‘범현대가’가 21년째 협회를 장기 집권하고 있다. 장기 집권은 축구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고 ‘축구야당’을 배척하는 폐단을 낳은 것이 사실이다. 4년 뒤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브라질월드컵의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는 축구협회의 대개조가 절실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