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이번엔 누가 들까… 축구협회, 차기 사령탑 물색

입력 2014-07-11 02:02

대한축구협회는 10일 사퇴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후임 사령탑을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고민이 깊다. 마땅한 적임자가 없을 뿐더러 많은 사람들이 ‘독이 든 성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대표팀 감독직에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홍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축구협회도 이제 후속 대책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며 “축구협회도 사령탑 후보군 풀(pool)을 가지고 있는 만큼 후임 감독 선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일단 외국인 감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의리’ 엔트리 논란이 불거진 만큼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학연·지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통상적으로 월드컵이 끝난 뒤 유럽 프로리그가 개막해 주요 외국인 감독들이 이미 프로구단에서 시즌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쳐 감독 풀이 좁아진 상황이다. 일본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직후 재빠르게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선임한 것과 대조된다.

일단 축구협회가 네덜란드축구협회와 정보를 주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2002 한일월드컵부터 현재까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외국인 사령탑 5명 가운데 4명이 네덜란드 출신이다. 일각에선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16강으로 이끌었지만 사퇴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이름도 나온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난 후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 내부에선 한국인 감독을 계속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팀을 이끌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외국인이 지휘봉을 잡았던 월드컵에서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다. 실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했던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또 선수들과의 소통에서도 한국인 감독이 팀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인 감독 중에선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다. 황 감독도 홍 감독 못지않은 축구 스타 출신인 데다 지난해 팀을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이끈 지도력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 프로축구 팀을 한 번도 맡지 않은 홍 감독에 비해 지도력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황 감독을 포함해 국내 주요 K리그 전현직 감독에게 차기 대표팀 감독직을 타진했지만 ‘부담감’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예정된 상황에서 신임 사령탑 역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터라 축구협회로서는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차기 사령탑은 축구협회가 충분한 지원과 시간을 보장해야 성공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