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셀프유임한 ‘축피아’ 수장… 이제는 인적 개혁 필요하다

입력 2014-07-11 02:09

한국축구 수뇌부가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성적 부진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 단장을 맡았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과 동반 사퇴했다.

그러나 둘의 퇴진만으로 한국축구가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을 순 없다. 축구협회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만신창이가 된 한국축구는 재기할 수 있다.

지난 3일 축구협회는 허 부회장을 앞세워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허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에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놨다.

축구협회의 이 같은 미봉책은 팬들의 비난을 샀다. 한국과 똑같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다른 나라들의 행보는 달랐다. 일본과 이란,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일찌감치 감독이 사퇴했다. 특히 조별리그 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축구협회장이 물러났다.

축구협회는 몇몇 인사의 사퇴로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찾기 위해선 ‘범현대가’ 중심 체제가 변해야 한다. 범현대가 인맥을 위주로 형성된 축구 여당은 선수·감독 선발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왔다. 축구 여당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힘을 모아야 할 재야 축구인사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 힘을 낭비했다.

한국축구는 브라질월드컵을 대개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개조를 위해선 정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의 부진을 거울삼아 더 큰 도약을 향한 준비를 하겠다”며 “향후 각급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기술위원회의 대폭 개편 및 조속한 후임 감독 선임 등 쇄신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겠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팬들은 정 회장의 공언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