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도 이과인도 아닌 로메로 빛나다… “내가 바로 특급 수문장!”

입력 2014-07-11 02:57
아르헨티나가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 덕분에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마침내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 올라갔다.

10일(한국시간)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4강전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전날 브라질의 참사를 의식한 듯 시종 소심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두 팀 모두 화려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활발한 공격 전개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루한 견제 속에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 등 간판 골잡이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메시는 프리킥으로 직접 슈팅을 시도한 것이 이날 슈팅의 전부였고, 로번 역시 연장전에서 유효슈팅 두 번을 날렸을 뿐이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두 팀의 승부는 일찌감치 아르헨티나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120분 동안 네덜란드의 수비중심 경기운영 탓에 제대로 공을 마주할 기회도 없었던 로메로는 아껴둔 힘을 승부차기에서 발산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첫 번째 키커 론 플라르와 세 번째 키커 베슬러 스네이더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의 활약으로 중압감이 줄어든 아르헨티나 키커들은 모두 실수 없이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4대 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는 마누엘 노이어(독일),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팀 하워드(미국) 등과 함께 특급 수문장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 200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가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이미 명성을 알린 바 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사령탑인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과 네덜란드 프로축구 AZ알크마르 시절 함께한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의 이름을 부르며 “내 선수생활에서 두 분이 해준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영광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판 할 감독은 로메로를 발탁해 키운 주인공이다. 그는 2007년 로메로를 아르헨티나에서 네덜란드로 데려와 중용했다. 판 할은 “아르헨티나에는 지지 않았지만 승부차기는 언제나 행운의 문제”라면서 “물론 내가 로메로에게 페널티킥을 어떻게 막는지 가르쳤다”고 허탈해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