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에 거짓 해명 의혹까지 ‘불명예 낙마’… 홍명보 13개월 만에 ‘아름답지 못한 퇴장’

입력 2014-07-11 00:50 수정 2014-07-11 03:25
홍명보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1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그는 “한국축구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시작했다”며 “팬들도 후임 사령탑에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한국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의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이구아수 폭포에 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포스두이구아수 페이스북
죄송함과 아쉬움. 한국축구 대표팀을 떠난 홍명보(45) 감독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이었다. 그는 작심한 듯 하고 싶었던 얘기를 주저 없이 털어놓았다. 그중엔 '이구아수 폭포 관광'과 관련된 거짓말이 있었다. 아름답지 못한 퇴장이었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실패한 감독이며,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팀 감독직을 내놓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감만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귀국하자마자 사퇴한다고 했으면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비난까지 받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6월 24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약 13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5승4무10패의 성적표를 남겼다.

홍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H조 최하위(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자 홍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자존심이 강한 홍 감독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만류로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축구협회는 지난 3일 허정무 부회장을 앞세워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한 언론은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기 전 경기도 성남시의 토지를 구매한 사실을 보도했다. 비난 여론은 한층 악화됐고, 홍 감독은 물론 가족까지 큰 충격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브라질 이구아수 캠프를 떠나기 전 회식 자리에서 여흥을 즐긴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홍 감독은 결국 유임을 번복하고 사퇴를 결심했다.

홍 감독은 동영상과 관련해 "벨기에전이 끝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선수들에게 이구아수 폭포에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선수들이 감독에게 짐을 주기 싫다고 해 가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슬픔이 깊어 회식으로 위로해 주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이 공개돼 홍 감독의 해명이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포스두이구아수의 공식 페이스북에 따르면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이구아수 폭포로 관광을 떠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벨기에전을 치른 다음날 대표팀은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가지 않기로 했지만 자유시간에 선수 5∼6명과 지원스태프가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갔다"며 "홍 감독은 이들이 이구아수 폭포로 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의리 논란'과 관련해 "K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이라도 유럽에서는 B급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어떻게 구성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K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여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