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투혼 마스체라노 ‘숨은 영웅’

입력 2014-07-11 02:00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로 막을 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 스포트라이트는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의 차지가 됐다. 승부차기에서 두 번을 막아낸 로메로는 당연히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승리는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의 활약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체라노는 중원에서 공수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달렸다. 특히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의 발을 묶은 마스체라노는 후반 추가시간 로번의 결정적인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로번이 회심의 슛을 날리려던 순간 뒤쫓아온 마스체라노가 태클로 걷어냈다. 마스체라노의 몸을 날린 수비가 없었다면 네덜란드가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앞서 마스체라노는 전반 27분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조르지뇨 바이날덤의 뒤통수에 머리를 부딪히며 잠시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그라운드에 복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를 이어나갔다. 아르헨티나가 24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오른 것은 바로 마스체라노와 같은 보이지 않는 ‘숨은 영웅’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마스체라노는 인터뷰에서 “두려움 없이 경기를 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우리 팀은 이 경기에 인생을 걸었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