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아직도 제가 왜 장관 후보자로 픽업됐는지 몰라”

입력 2014-07-10 16:52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역사 인식과 주식 내부자거래, 논문 표절, 연구비 부당 수령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뜸들이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5·16은 불가피한 선택”…황당한 표절 정의도 논란=김 후보자는 5·16군사정변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처음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몰고 간 것이지 제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당시 한국은 세계적으로 최빈국이었고 사회가 상당히 어지러웠다. 어려서부터 서울에서 자랐고 이를 목격했기 때문에 (5·16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정변 또는 쿠데타로 정리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쿠데타보다는 정변에 제 생각이 더 가 있다”고도 했다. 교과서에 5·16을 쿠데타로 표현하는 게 잘못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국민의 중지를 모아 정변이나 쿠데타라고 하지만 훗날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오락가락 답변에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하자 “저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서적 답변을 한다면 정변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청문회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 후보자의 주식 내부자거래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자신의 매제가 임원으로 있던 사교육 업체 아이넷스쿨 주식을 2003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사고판 내역을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주식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올해 5월 경제지를 보고 샀고, 장관 지명 직후 전량 매도했다고 해명했었다.

조 의원은 “어젯밤 뒤늦게 제출된 주식 거래 내역을 보니 주식 거래는 10년 전부터 20번 이상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전형적인 단타 매매”라고 질타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아이넷스쿨 전신인 디지털온넷에 김 후보자의 매제가 공시책임 전무로 근무했고, 주식거래 시점에 호재성 공시가 있었다”면서 내부자거래 의혹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자유시장경제에서 누구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그는 “(표절이란)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라고 엉뚱한 정의를 내놓기도 했다.

해명 기회를 주던 여당 의원들도 부적격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김 후보자가 청와대 검증 체크리스트에 허위 기재한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육 개혁을 하고 사회 갈등을 조정할 수 있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보라”고 일갈했다.

◇횡설수설·동문서답…“30초만 숨 쉴 시간 달라”=김 후보자는 질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해 여러 번 질타를 받았다. 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뜻을 묻는 질문에 “잘 안 들린다”고 얼버무리는가 하면 단순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에 “아니다”와 “예”란 대답을 왔다갔다했다. 설 위원장이 “질의에 집중하라”고 경고하자 김 후보자는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를 묻자 그는 “아직도 제가 왜 장관 후보자로 픽업됐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정책 분야가 뭐냐는 질의엔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한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가 “방법은 구체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병기 국가정보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