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너구리’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남부 지역은 9일 항공기가 결항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간접 영향권에 머문 중부 지방에는 찜통더위가 나타났다.
기상청은 9일 태풍 너구리가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해상에서 초속 38m, 강풍반경 400㎞에 강도는 ‘강’, 크기는 ‘중형’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오후 들어 세력이 다소 약해지고 일본 규슈 지방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간당 30㎜ 이상의 비를 뿌렸다. 10일에는 제주도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 다른 지방도 간접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너구리는 12일 일본 삿포로를 지나 소멸할 것으로 예측됐다.
너구리가 한반도에 덥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온 탓에 9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낮 최고기온은 강원도 원주 34도, 강릉 33.4도, 서울 33도, 인천·수원 32.6도 등 전국 곳곳에서 30도를 넘었다.
서울에는 올 들어 첫 열대야가 관측되고 첫 폭염주의보도 발효됐다. 9일 새벽 서울의 최저기온은 25.6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부터 이튿날 오전 9시 사이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강릉은 최저기온이 25.1도로 5월 30일 이후 두 번째 열대야가 나타났다. 폭염주의보는 예상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발효된다.
너구리가 물러가면서 내륙지방은 7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동안 태풍 소식도 없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다음주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소멸돼 당분간 건조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겠다. 남서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북상하는 12일 중국 남부지방에서 장마전선이 다시 형성돼 13∼14일 제주도와 남해안부터 장맛비가 내릴 전망이다.
너구리의 영향으로 이날 제주공항에선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236편이 결항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 제주와 부속 섬을 잇는 도항선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강풍으로 정전 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11시33분 제주시 삼양1동 5386가구가 정전됐다 1시간여 만에 복구되는 등 1만3000여 가구에 한때 전기가 끊겼다.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의 남방파제 끝 부분에 설치된 케이슨 2기도 강한 파도로 방파제 안쪽으로 10여m 이상 밀렸다. 방파제 공사용 대형 구조물인 케이슨은 폭 40.6m, 길이 25m, 높이 25.5m 크기로 무게가 1기당 1만800t에 이른다.
오전 11시쯤엔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4호 대정향교 동재 지붕 일부가 훼손됐다. 부산에서는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해운대·송정 등 해수욕장 7곳이 문을 닫았다. 전남 여수여객선터미널은 13개 항로 14척, 완도여객선터미널은 13개 항로 23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김유나 기자, 제주=주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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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남부는 강풍, 중부는 찜통… 태풍 ‘너구리’ 영향
입력 2014-07-10 03:04 수정 2014-07-10 0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