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신종수 사회2부장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다

입력 2014-07-11 02:40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는 적이 아닌 경쟁관계라며 대안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성=곽경근 선임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당에 대한 소속을 명확히 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면서 정당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그는 저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04년 천막당사로 옮겨가면서도 차떼기 이미지가 있는 정당의 간판을 끝까지 고수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충남 홍성 충남도청에서 가진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지만 안 지사는 정당을 강조하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편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헌법기관이 정당이다. 정당 설립은 자유다. 국민의 기본권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정당이다. 민주공화국에서 헌법이 작동하기 위해 제일 먼저 정당 설립의 자유와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정당과 정치가 불신을 받고 있어도 정당정치와 정당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 운영의 가장 기본이고 헌법적인 기초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정치, 패거리 정치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정당과 정당 정치가 신뢰를 받아야 민주공화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정당은 끊임없이 많은 정치 지도자와 대통령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정당이다. 4년 또는 5년의 임기가 유한한 지도자들이 아니다. 지도자는 임기를 마치면 끝이다. 정당은 연속해서 자기의 정당 신뢰도를 갖고 국민 앞에 책임을 진다.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가 자리잡아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 박 시장도 정당정치를 소홀히 생각하거나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한국정치가 지역주의 정치, 보스 정치, 계보 정치, 패거리 정치, 낡은 이념을 갖고 끊임없이 서로 헐뜯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못 받고 있지만 좋은 정당정치를 통해서만 민주공화국이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광역단체장이지만 서울시장에 비해 지방에 묻혀 있다는 느낌은 안 드나.

“서울도 행정으로 보면 지방행정이다. 같은 광역단체라도 시정과 도정은 업무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장은 시티매니저다. 도지사는 거버너다. 업무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충남도지사는 15개 시·군을 포괄하는 조정 및 광역행정 수요를 맡고 있다. 도지사들은 디테일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저는 역할과 하는 일이 다르다(웃음). 프랑스의 1000만 도시 파리나 변두리의 5만 도시나 모두 코뮌이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충남의 경우 천안 논산 서산 당진 등 개별 시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광역행정 업무를 누군가는 봐야 하기 때문에 1개 시에서 관할하지 못하는 전력 에너지 수자원 환경 등을 처리하는 곳이 광역지방자치단체다. 박 시장은 디테일한 행정업무를 하는 시티맨의 생활정치를 많이 하고 있다. 도의 경우 그런 업무는 시장·군수들이 하는 것이다. 도의 역할은 다르다.”

-대권에 도전하나. 최근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이 1위였다.

“아직은 부족하다. 다만 도정을 통해 행정 경험을 쌓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겠다. 야망과 포부도 중요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확고한 대안을 갖고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천하고 도전정신으로 실험해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 박 시장의 경우 많은 인구가 모여 있어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 200만명의 도민과 1000만명 인구에 유동인구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이 모여 사는 공간에서 행정을 보는 시장과는 주목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은.

“외교와 국방의 문제는 중앙정부가 하면 된다. 지역의 상하수도, 마을길, 청소 쓰레기 시스템, 주차난 해결은 지방정부가 할 일이다. 국토교통부 국장이 도시 지역의 주차시설, 마을길 정비를 할 수 없지 않느냐. 전국 단위에서 함께 해결할 문제는 중앙정부가 하고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시장·군수가 하면 된다. 그런데 생활행정까지 중앙정부의 지침으로 움직이고 있다. 11명이 모두 몰려다니는 동네축구를 하고 있다. 세월호 분향소마저 정부 지침으로 운영되는 나라다. 골키퍼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모두 다 주인공이다. 어릴 적에는 스트라이커만 축구 선수라고 생각했다. 유독 우리의 정치와 행정만 그 관념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치면 뉴딜정책에 따라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신화 때문에 정부가 나서는 것에 너무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가 따로 있다. 중앙이 더 높고 지방이 더 낮고, 중앙직 공무원은 높고 지방직 공무원은 낮은 그런 이분법적인 구분도 없애야 한다.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예를 들면 뭐가 있나.

“9단계 승진 계급제, 국가·지방직으로 나뉜 국가공무원법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 공무원들이 자기 업무에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지방의 현장 공무원이라도 최고사령관으로서 책임과 자주성, 권한을 줘야 한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났을 때 지역의 소방서장이 진두지휘하지 않았느냐. 중앙정부의 국장이 와서 지휘하지 않았다. 각자 자기 역할에 책임질 수 있는 공무원 제도로 바꿔야 한다. 국가 관료제도 이번에 바꿔야 한다. 공무원들이 버티면 어떤 대통령이라도 못 이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 해경 간판을 국가안전처로 바꾸는 것이 무슨 국가 개조냐. 여야가 합의해 국가공무원법을 손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성=신종수 사회2부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