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안전과 학습… ‘엄마 마케팅’에 사활 건 IT업계

입력 2014-07-11 02:04
삼성전자 ‘갤럭시탭3 키즈’에는 어린이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여주는 1500여개의 학습 콘텐츠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담겨있다. 삼성전자 제공
LG유플러스의 ‘홈CCTV 맘카’는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홈CCTV를 회전시켜 집안 구석구석까지 고화질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SK플래닛이 출시한 스마트 보육서비스 ‘니어키즈’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SK플래닛 제공
LG전자가 선보인 유아전용 스마트 제품 ‘키즈패드 2’에는 3∼7세 아이의 정서와 인지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탑재돼 있다. LG전자 제공
문화 현상을 이르는 신조어가 생겨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엄마를 뜻하는 ‘맘’이다. 자녀가 자란 뒤에도 계속해서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맘’, 뛰어난 정보력으로 자녀를 교육시키는 ‘알파맘’, 소통과 유대감을 중시하는 북유럽식 교육법을 선택한 ‘스칸디맘’, 자녀에게 무조건 헌신하기보다 자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프렌치맘’ 등 자녀 교육 방식에 따른 수많은 ‘맘’들이 생겨났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 입장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맘 마케팅’이 매력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앞서 등장한 모든 ‘맘’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개념, ‘워킹맘’이 있다.

◇바쁘고 불안한 ‘워킹맘’, IT업계 “엄마 마음 잡아라”=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답게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학습용 태블릿PC, 웨어러블 밴드 등 스마트 기기와 주변기기 등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기업이 어린이용 상품을 출시할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보통 어린이를 위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미래의 소비자를 키우는 ‘키즈 마케팅’ 개념이었다. 어릴 때부터 특정 제품에 길들여지면 어른이 돼서도 충성고객으로 남는다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마케팅이다.

하지만 IT업계는 ‘엄마의 니즈’를 파악해서 제품을 내놓는다. 주로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맡았던 엄마가 직장 생활에 바빠지고 함께 있을 수 없다보니 자녀들의 안전 문제가 걱정되기 마련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선 안 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따라서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대한 빨리 알 수 있는 장치, 내 아이의 하루를 최대한 자세히 보여줄 수 있는 장치, 내가 없어도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요즘 엄마들의 상황을 업계가 읽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고 자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가 잦은 문화에서는 잘 만든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업체들이 ‘맘 마케팅’에 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엄마들의 입소문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드물다”고 말했다.

◇워킹맘의 최대 걱정, ‘우리 아이는 지금 안전하게 있을까’=엄마들을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아이를 항상 따라다닐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어린이 전용 웨어러블·애플리케이션·요금제 패키지를 내놨다. 손목시계와 목걸이형으로 착용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T키즈폰 준’은 사진 버튼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부모가 지정해둔 30명과 통화가 가능하다. SOS 버튼을 클릭하면 현재 위치와 긴급 알람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LG전자도 10일 웨어러블 키즈밴드 ‘키즈온’을 출시했다. 부모는 키즈온과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위성항법장치(GPS), 이동통신 기지국, 와이파이(Wi-Fi) 등의 네트워크 정보를 이용해 24시간 자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보호자가 걸어 온 전화를 아이가 10초 이상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통화가 시작된다. 배터리 충전이 필요할 때도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LG유플러스는 전화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3∼4세 어린아이들을 위해 ‘유플러스 키즈 태그(U+Kids Tag)’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모듈이 들어있는 미아방지용 팔찌로 아이가 부모에게서 30m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린다.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홈CCTV 맘카’는 스마트폰과 연동돼 부모가 없는 빈집에서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은지 외부에 있는 부모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신사업담당 박치헌 상무는 “아동 안전이라는 서비스 취지와 진정성을 통신과 결합해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제품을 선보였다”며 “향후에도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지속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이 교육, 직접 챙길 수 없다면 스마트 기기에 투자=맘 마케팅의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자녀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엄마에게 ‘내가 옆에 앉아 직접 가르칠 수는 없지만 아이는 스마트 기기로 충분히 학습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선사하는 방법이다. 바쁘지만 구매력은 높아진 엄마가 첨단 기기로 아이를 교육시키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어린이용 태블릿 ‘갤럭시 탭3 키즈’는 놀이하듯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탑재했다. 어린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UX)인 ‘키즈 전용 UX’를 적용했고, 1500여개의 프리미엄 학습 콘텐츠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키즈월드’와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모아놓은 ‘키즈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지난 5월 유아 전용 ‘키즈패드 2’를 선보이며 유아교육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글·영어·중국어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디즈니 삼중언어’ 등의 학습 콘텐츠와 ‘기억력 놀이’ ‘칠교 놀이’ 처럼 사고력을 키워주는 콘텐츠를 구성해 3∼7세 아이의 정서와 인지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의 홈보이 G패드는 기본료 포함 월 1만4000원에 EBS 강의 등 9만여개의 교육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는 ‘EBS홈스쿨’ 서비스, 근현대 문학도서 등 총 1만여권의 교양도서와 매월 베스트셀러 10권이 전자책(e-book)으로 무료 제공되는 ‘홈도서관’ 서비스, 부모가 직접 동화를 녹음해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는 ‘엄마랑 아빠랑 동화’ 등의 기능을 담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