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18분 박모(49)씨가 동생 이름으로 예약한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705호에 들어갔다. 손에는 호텔 인근에서 구입한 20ℓ짜리 휘발유통과 라이터를 든 채였다. 침대 매트리스로 문을 막은 박씨는 휘발유 10ℓ를 객실 바닥과 자기 몸에 뿌린 뒤 사진을 찍어 호텔 사장단에게 보냈다. 박씨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수배된 도망자 신분이었다.
호텔 지하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던 그가 이런 분신 소동에 나선 것은 호텔과의 분쟁 때문이다. 그는 라마다그룹이 이 호텔을 인수하기 전인 2002년부터 호텔 지하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해 왔다. 2009년 이후 성매매 영업으로 세 차례 적발됐다. 적발될 때마다 업소 이름만 바꿔 가며 영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1년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로 호텔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호텔은 박씨가 영업에 손실을 끼쳤다며 2012년 점포를 빼라는 명도소송을 냈다.
박씨는 “30억원을 보상하라”고 호텔 측에 요구했지만 “10억원밖에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고, 그나마 지난 2월 명도집행이 끝난 뒤에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파산 직전에 이르자 호텔 객실로 침입해 극단적인 분신 소동을 벌인 것이다.
호텔 측은 박씨가 사진을 보내온 직후 투숙객 190여명을 전원 대피시킨 뒤 8일 오후 6시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협상 전문가들을 투입해 박씨를 11시간 가까이 설득했다. 이에 박씨는 “나도 살고 싶다. 그런데 죽을 수밖에 없다”며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휘발유를 뿌린 방에서 스스로 나와 건너편 726호로 옮긴 뒤 호텔 측과 대화 끝에 9일 오전 4시50분쯤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호텔 소유주 문병욱 라마다그룹(옛 썬앤문그룹) 이사장을 성매매 알선 등에 대한 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박씨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문 이사장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성매매 알선’ 수배자 호텔서 11시간 분신 소동 왜?
입력 2014-07-10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