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 선출 과정을 둘러싼 서울대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1987년 민주화 이후 27년 만에 비상총회 개최 검토라는 ‘초강수’를 9일 꺼내들었다. 교내 심의·의결기구인 평의원회도 총장 최종후보자 신임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평교수 165명은 오연천 현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성명을 냈다. 도대체 서울대에서 왜 이런 난리가 난 걸까.
서울대는 2011년 법인 전환 후 총장 간선제를 도입했다. 마지막 직선제 총장인 오 총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 3월부터 차기 총장 선거를 벌였다.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교직원 대표들이 총장 후보 12명을 3개월간 평가해 강태진·성낙인·오세정 교수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선거 초기부터 교수들 사이에선 ‘간선제 특성상 외압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12명→5명→3명으로 후보가 압축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후보가 정해진 뒤에야 선거규칙이 발표되는 등 미숙한 운영도 파행을 자초했다.
갈등이 폭발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9일 이사회 결정이다. 이사회는 후보 3명 중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후보자로 선정했다. 성 교수는 총추위 평가에서 3명 중 공동 2위에 그쳤다. 1위는 오세정 교수였다. 교직원 정책평가에서는 5명 중 4위였다. 총추위와 교직원 평가는 법인화법이 규정한 간선제 틀을 유지하며 직선제 요소를 반영하는 절묘한 ‘타협점’이었다.
교수들 사이에선 “이사회가 총추위·교직원 평가를 뒤집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폭발한 것이다. 이정재 교수협의회 의장은 “직선제로 1·2순위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때도 순위가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권 실세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는 학내외 인사 15명으로 구성된다. 총장은 이사장인 데다 이사 2명 선임권도 있어 3표의 영향력을 갖는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총장 몫 3표와 정부 몫 2표를 합하면 5표다. 이사 3명만 더 설득하면 과반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반발에도 이사회는 묵묵부답이다. 한 이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인은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한다. 총추위 순위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공개돼서도 안 되는 거였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룰 없는’ 서울대 총장 선출 갈등 폭발
입력 2014-07-10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