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너구리’ 영향에 제주·남부는 강풍… 중부는 찜통

입력 2014-07-10 02:11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9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등대를 덮치고 있다. 제주도 윗세오름에는 220㎜의 비가 내렸고 남해안, 경남 동해안 지역도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렸다. 연합뉴스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남부 지역은 9일 항공기가 결항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 간접 영향권에 든 중부 지방에는 찜통더위가 나타났다.

기상청은 9일 너구리는 제주 서귀포 남남동쪽 부근 해상에서 초속 38m, 강풍반경 400㎞의 강도 ‘강’, 크기는 ‘중형’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너구리는 한반도를 벗어나 10일 일본 가고시마 부근으로 이동해 12일 일본 삿포로를 지나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너구리가 한반도에 덥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온 탓에 9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강원도 원주 34도, 강원도 강릉 33.4도, 서울 33도, 인천·수원 32.6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섰다.

서울에는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9일 새벽 서울의 최저기온은 25.6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강원도 강릉은 아침 최저기온이 25.1도를 기록해 지난 5월 30일 이후 두 번째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에는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폭염주의보는 예상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발효된다.

너구리가 물러가면서 한반도에는 더 이상 비를 뿌리지 않겠지만 내륙지방에는 당분간 7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당분간 태풍 소식도 없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내주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됐다. 오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오는 13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튿날 그칠 것으로 보인다.

너구리의 영향권에 들어간 이날 제주지역에는 항공편이 결항하고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공항에는 태풍특보와 윈드시어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항공기 결항이 이어졌다. 8개 여객선 항로도 오전부터 운항이 전면 금지돼 주요 항구에 2000여척의 선박이 대피했다.

강풍으로 오전 11시33분 제주 삼양1동 일대 5386가구가 강풍으로 인한 단선으로 정전돼 1시간여 만에 복구되는 등 제주도 곳곳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8개 학교가 이날 휴업하고 44개 학교는 하교시간을 앞당겼다.

김해공항에서는 도착 예정이던 제주발 항공기 2편과 제주행 출발편 7편이 결항된 데 이어 오후 1시 이후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되거나 수속이 중단됐다. 해수욕장 입욕이 금지되기도 했다. 전남지역도 여수여객선터미널은 13개 항로 14척의 운항이, 완도여객선터미널은 13개 항로 23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김유나 기자, 제주=주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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