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김명수 “30초만 숨 쉴 시간 달라”… 호된 질타에 진땀 답변

입력 2014-07-10 02:22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논문 표절과 연구비 부당 수령, 사교육 업체 주식 거래, 역사인식 등을 집중 추궁했다.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삼았던 만큼 작심한 듯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 후보자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내놓거나 여러 번 말을 번복해 빈축을 샀다.

◇김, 사교육 업체 주식 11년간 20여 차례 사고팔아…野 “단타 매매”=새정치민주연합은 김 후보자가 자신의 매제가 임원으로 있던 사교육 업체 아이넷스쿨 주식을 2003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사고판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주식 투자가 의심된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자는 해당 주식에 대한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노후 대비용으로 투자했고 장관 지명 직후 전량 매도했다고 해명했었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어젯밤 뒤늦게 제출된 주식 거래 내역을 보니 주식 거래는 10년 전부터 20여 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전형적인 단타 매매”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또 김 후보자가 2003년 다른 비상장 업체 주식을 하루에 1만∼2만주, 금액으로는 5000만∼6000만원씩 사고판 사실도 거론하면서 주식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교육계 수장이 될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김 후보자는 “적절했다 안 했다 판단하기보다는 자유시장경제에서 누구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오후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역사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5·16군사정변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대한민국은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고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려웠다. 아직도 생존자가 남아 있으니 좀 더 후에 판단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지금은 정변 또는 쿠데타로 정리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저는 쿠데타보다는 정변이라는 데 생각이 더 가 있다”고 부연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표절이 아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진 사실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렇게 쓰였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표절에 대해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 이런 것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윤관석 의원은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왕’, ‘의혹 제조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면서 “그런데 아무런 해명도 않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논문 관련 의혹 48건을 일일이 언급하며 직접 해명을 하기도 했다. 같은 당 강은희 의원은 “무차별적 의혹에 여당 의원으로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며 “학생들을 위해 논문 주제도 직접 뽑아주고 영문 초록까지 직접 작성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분이라고 여당이 변호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야당이 마치 후보자를 호통치고 인격모독을 하는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꼬집었다.

◇청문회 내내 ‘진땀’…“30초만 숨 쉴 시간 달라”=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질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여러 번 질타를 받았다. 1975년 3월부터 서울 강서중학교에서 윤리 교사로 의무복무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고 했다가 곧바로 “예”라고 답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설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질의에 집중하라”고 경고하자 김 후보자는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답변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몰아붙이지 말라”면서 감쌌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병기 국가정보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별다른 이의 없이 채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