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보선 대진표 나오는데… 유권자는 벌써 ‘신물’

입력 2014-07-10 03:47 수정 2014-07-10 04:34

새정치민주연합이 9일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하는 등 여야가 논란 끝에 7·30 재·보궐 선거 대진표를 대부분 확정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가릴 것 없이 공천 내내 '후보 돌려막기' '초치기 심사' 등 구태가 반복됐다. 무원칙·무감동 '민낯' 공천이 유권자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면서 벌써부터 투표율 저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충남 서산·태안 재선거에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공천했던 결정을 번복했다. 새 후보자는 검사 출신의 김제식 변호사로 최종 결정됐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한 전 청장에 대한 공천을 재의해줄 것을 공천위원회에 요구했다. 한 비대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전 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아직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이 마지막까지 후보자 물색에 애를 먹은 서울 동작을에는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한다. 나 전 의원은 이완구 원내대표를 만나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동작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후보 등록 전날까지 '초치기 공천'을 이어간 끝에 광주 광산을에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했다.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했던 천정배 전 의원은 공천 결과에 승복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권 전 과장 공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당 지도부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속임수까지 쓰면서 '천정배 죽이기'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권 전 과장 전략공천을 비판하며 "패배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고 두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만행적 광주 공천이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은폐를 폭로한 당사자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수사 은폐 당사자로 지목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즉각 "권 전 과장 전략공천은 한 사람의 정치적 욕망이 사회정의를 오염시킨 것"이라며 "이런 나쁜 공천을 강행한다면 허위 사실을 폭로하고 출세길로 달려가는 자들이 줄을 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수원 팔달에는 손학규 상임고문, 수원 영통에는 박광온 대변인, 수원 권선에는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공천키로 했다. 또 충남 서산·태안은 조한기 후보로 결정했다가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한 조규선 전 서산시장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여론조사 경선을 다시 실시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에 '당 대 당'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공천 몸살을 앓은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다른 당과 '주고받을' 만한 지역구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재보선에 나선 거물급 인사로 새누리당 나 전 의원(서울 동작을) 임태희 전 의원(수원 영통)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전남 순천·곡성)이, 새정치연합 손 상임고문(수원 팔달) 김두관 상임고문(경기 김포)의 출마가 확정됐다. 이들 상당수가 당 지도부가 갑자기 내려 꽂은 인물들인데다 지역구도 모두 격전지다. 여의도 입성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30재보선 후보자 등록은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공식 선거운동은 17일부터 선거일 직전 자정까지 13일 동안 벌일 수 있다.

임성수 유성열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