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쓰면 챙긴다고, 안쓰면 못챙긴다고…”… 당내 비판에 폭발한 안철수

입력 2014-07-10 02:14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안 대표는 회의에서 7·30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에 대해 작심한 듯 불만을 터뜨렸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9일 7·30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에 대해 작심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측근 ‘챙기기’ 혹은 측근 ‘버리기’ 논란에 대한 누적된 억울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금태섭 전 대변인이 가용 가능한 인재 풀 중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흔쾌히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금 전 대변인을 경기도 수원에 전략공천하려고 하자, 일부 최고위원들이 “서울 동작을에서 없는 경쟁력이 수원에선 생기느냐”며 반대한 일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안 대표는 “저와 인연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 하고, 인연 있는 사람이 선정 안 되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며 “그런 잣대로 비판하면 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가 불만을 터뜨린 직접적인 이유는 금 전 대변인을 둘러싼 연이은 전략공천 논란이다. 하지만 6·4지방선거 공천 이전부터 누적된 안 대표의 피로감과 불만도 함께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초 창당 이후 당내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묻어난다. 아직 당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안 대표는 고비 때마다 옛 민주당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왔다.

그러나 금 전 대변인 공천문제를 둘러싼 논란만 놓고 보면 안 대표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 전 대변인은 동작을에서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3일 ‘기동민 전략공천’이 발표되기 직전 안 대표에게 상황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대변인직을 사임했다. 금 전 대변인은 여의도를 떠나 본업인 변호사로 복귀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또 “동작을이 아닌 곳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금 전 대변인을 수원에 전략공천하려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금 전 대변인은 자신의 전략공천 논의가 진행 중이던 8일 오후 9시30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부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사전에 금 전 대변인의 연락이 없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대답했다. 안 대표와 금 전 대변인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금 전 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에 안 대표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수원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