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밝힌 정책 소신은 크게 보면 확장적 재정운용(재정), 직접 증세 불가(세제), 부동산 시장을 통한 경기 활성화(경기부양)로 볼 수 있다. 최 후보자는 취임 이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이 기조 아래 공격적인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 후보자의 소신과 현 경제상황이 2008∼2009년 이명박정부 초기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정부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수십조원대의 경기부양책과 감세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4∼5년 뒤 우리 경제에 ‘독’으로 돌아왔다. 최경환 경제팀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라는 지적이다.
◇‘돈풀기’ 포퓰리즘=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고유가가 겹치면서 정부는 사상 초유의 세금 환급정책을 내놨다. 총급여 3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연 6만∼24만원을 소득세 환급 방식으로 지급했다. 여기에는 10조439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대선 직전인 2012년에도 1·2차 경기부양책을 통해 모두 13조1000억원 투입했다. 반짝 소비진작 효과는 있었지만 이후 국가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최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함께 내년 예산안도 적자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 후보자 구상대로라면 이미 현 정부 들어 46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상황에서 나랏빚은 또다시 늘 수밖에 없다.
◇‘묻지마’ 감세정책=이명박정부 당시 정부는 3차례나 감세정책을 시행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면 그만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기업은 낮아진 세 부담을 투자로 돌리기보다는 유보금을 쌓는 데 매진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후 만성적 세수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2011년 이후 3년간 법인세수 증가율이 0.64%에 그친 것이 주 원인이다.
대표적인 감세론자로 알려진 최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법인세율 과표 구간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는다”고 말했다. 야당은 과표 구간 축소는 대기업의 세부담은 감소시킨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반면 공약가계부 실현 등 부족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지하경제양성화 등 기존 대안을 되풀이했다.
◇‘올인’한 4대강 정책=이명박정부의 대표 정책은 4대강 사업이다. 2009년부터 22조원을 투입해 4대강 수질개선 등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34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 40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당국 관계자는 9일 “당시 4대강 예산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듯 4대강 사업은 지난 정부 최악의 정책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너나없이 최 후보자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나치게 부동산 규제 완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 후보자 말대로 부동산시장이 내수 활성화의 첨병이 될 수 있지만 그로인한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기획] 경기부양 드라이브 ‘양날의 칼’… MB정부 전철 밟을라
입력 2014-07-10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