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美 이견 당연… 대화 해결”-케리 “미국은 중국 봉쇄 의도 없다”

입력 2014-07-10 02:54
난제가 산적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 참석해 ‘미·중 신형대국관계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오랜 갈등을 대화로 풀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문화전통과 사회제도, 의식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양측의 견해가 다르고 마찰을 피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서로 간의 대화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과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날 때도 지금처럼 복잡한 관계 속에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모든 이슈에서 항상 같은 견해를 가질 수는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통의 도전, 상호 책임과 이익을 토대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연설에서 “우리의 안보현안은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그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생긴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고 하지만 나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에게 뼈있는 말을 던지면서 앞으로 양국 관계의 험로를 예고했다. 시 주석은 논어에 나오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于人·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구절을 소개하며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하며 이는 지역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주요 안보현안을 시 주석이 ‘나 홀로 결정’하는 구조가 미·중 간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에 도전해 중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 생각이 다른 사람과 별 상의 없이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외교정책이 그의 전략적 사고와 정치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라는 시 주석의 판단도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계속 강경노선을 견지하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맹경환 배병우 특파원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