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실족사로 마무리될 뻔했던 대전의 60대 남성 변사사건의 실체가 검·경의 끈질긴 수사 끝에 밝혀졌다. 아들이 금전적인 문제를 이유로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패륜범죄였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8일 해당 사건을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하고, 담당 검사를 격려했다.
피해자 박모(66)씨는 1월 19일 오전 대전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살던 아들(36)은 ‘아침에 보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계단을 오르다 넘어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검안의사도 실족에 의한 뇌진탕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대전지검에 사건발생을 보고하며 ‘타살 혐의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담당검사의 눈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박씨가 넘어졌다면 무릎이나 팔꿈치 부위에도 상처가 발견돼야 하는데, 상처는 주로 가슴과 팔, 목 부위에 집중돼 있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아들이 강간미수 등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두 번이나 받은 점도 의심스러웠다. 검찰은 시신을 유족에게 바로 인도하지 말고 부검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부검 결과 박씨는 폭행에 의한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아들은 조사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20일 만인 지난 2월 경찰에 붙잡힌 아들은 폭행사실을 일부 시인했지만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아들은 사건 당일 복권을 구입하고 휴대전화 요금을 내러 외출하는 등 만취 상태가 아니었음이 검·경 조사결과 드러났다. 용돈을 타 쓰던 아들은 평소 술심부름까지 시키며 아버지를 학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들을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기소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묻힐 뻔한 존속살해, 檢 끈질긴 수사로 규명
입력 2014-07-10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