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노근창 연구원은 9일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3분기 실적을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고 예측했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조금은 뛰어오른다”는 월스트리트 속담에서 비롯한, 대장주 입장에서는 다소 가혹한 평가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말을 ‘대폭 하락 뒤의 짧은 반등’으로 풀이한다. 노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당초 7조8550억원에서 7조5860억원으로 내려 잡고 “갤럭시S5 출하량과 평균판매단가(ASP)가 동시에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2분기의 ‘어닝쇼크’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제한적 상승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날 대신증권 김경민 연구원은 “중저가 모델과 갤럭시노트4의 신제품 효과 등에 3분기 실적은 2분기 대비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8조4000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LIG투자증권 홍성호 연구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개별 제품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실적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 추정치가 줄어드니 적정주가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개 증권사의 1년 뒤 삼성전자 주가 예상치 평균은 169만7000원으로 내려앉았다. 21개 증권사가 지난달 예상한 평균은 173만6000원이었다.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수(BUY)가 아닌 유지(HOLD) 의견을 낸 아이엠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실적 역성장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며, 125만∼143만원의 횡보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냉정한 평가는 한발 늦은 감이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쇼크를 정확히 예측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또 체면을 구겼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NP파리바와 CIMB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7조1500억원과 7조2190억원으로 거의 정확히 전망했다. 8조원을 낙관했던 국내 전망과 대조된다.
해외 언론들은 수요 감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광고에서 ‘다음 혁신은 여기에’라고 말하기 좋아하지만, 정작 구매자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AP통신은 “거대한 삼성은 기민해질 필요가 있다” “삼성은 중국 내 재고 관리에 실패했다”는 전문가들 평가를 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삼성전자 실적·주가 전망… “3분기, 어닝쇼크 없겠지만 불안”
입력 2014-07-10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