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경사진 축구장·눈가린 예수상… 브라질 참패 빗댄 패러디 봇물

입력 2014-07-10 03:54

[친절한 쿡기자] 2014년 7월 9일(한국시간)은 세계 축구사에 기록될 날입니다.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 이름만 들어도 축구가 떠오르는 나라 브라질(FIFA 랭킹 3위)이 1대 7로 대패했습니다.

독일(2위)도 세계 톱클래스에 들어가니 지기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화제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스코어입니다. 브라질이 6골차로 진 건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사상 처음입니다.

이렇게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나면 인터넷에 꼭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패러디입니다. 모방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거나 문제점을 폭로하는 패러디는 온라인 세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SNS를 비롯한 각종 게시판을 돌며 새로 등장한 패러디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들의 패러디 창작 속도는 대단합니다.

브라질의 참패인 만큼 코르코바도산 정상의 거대 예수상이 빠질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자 브라질의 랜드 마크죠. 0대 0일 때만해도 원래대로 양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상, 점수가 5대 0이 되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사진 ③).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상을 품는 듯한 자세의 예수상마저 눈을 가릴 정도로 믿기 힘들다는 의미죠.

예수상이 ‘메르켈상’으로 바뀐 패러디도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인사(Greetings from Brasil)’라는 제목과 함께 예수상 상반신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 둔갑한 겁니다(④)

코르코바도산 정상에서 양팔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거대한 메르켈 총리는 당연히 독일 대표팀의 골 행진을 보고 있겠죠.

‘팩맨(Pac-Man)’도 오랜 만에 등장했습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죠. 독일 국기가 왼쪽 옆이 찢어져 벌어졌는데 그 자리에 브라질 국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 국기에 눈과 이빨이 그러져 잡아먹는 모습입니다(②).

한 네티즌은 브라질이 독일을 이길 수 있는 굴욕적 비법을 소개했습니다. ‘독일에 맞서는 브라질의 대안(Brasil’s Plan B against Germany)’이라는 제목과 함께 축구 경기장의 경사가 급속히 기울어져 있는 모습입니다(①). 올라간 쪽이 브라질이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이길 거라고 꼬집는 게 분명합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감탄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재미있고 인상적인 패러디를 생각해내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이나 팬들은 화를 내겠지만 네티즌들의 재치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따봉!”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