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이 9일(한국시간)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7골을 터뜨리자 세계 축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독일은 체력과 전술에서 모두 브라질을 압도했다. 독일 축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된 이면에는 순혈주의 극복과 함께 자국 프로리그인 분데스리가의 호황, 유소년 축구의 발전이 있다.
독일 축구는 1990년대 중후반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이후 2개 월드컵에서 내리 8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은 순혈주의 탈피를 선언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독일인 부모에게서만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앴다.
독일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확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엔트리 23명 중 무려 11명이 터키 아프리카 폴란드 브라질에서 이주해 온 선수들이었다. 터키계 메수트 외질, 튀니지계 사미 케디라, 브라질 출신 카카우, 가나계인 제롬 보아텡 등이 합류한 독일은 기술과 패스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활성화도 독일 축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분데스리가는 90년대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에 ‘3대 빅리그’ 지위를 내줬다. 하향세를 걸었던 분데스리가는 재정 혁신과 유소년 정책의 활성화를 통해 리그 부흥에 성공했다. 분데스리가가 재건되자 자연스럽게 국가 대표팀의 경기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브라질월드컵에도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 필리프 람과 도르트문트 소속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마츠 후멜스, 로만 바이덴펠러 등이 맹활약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유럽을 통틀어 유소년 육성시스템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리그로 꼽힌다. 구단들은 꾸준한 관중 동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을 유망주 육성에 투자한다. 독일의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련된 기술축구를 익힌 이들은 독일대표팀이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히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원동력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독일, 녹슨 전차를 첨단 전차로… 순혈주의 타파 선언 이주 선수에 개방
입력 2014-07-10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