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들에 대한 납치와 보복살인을 기폭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갔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로켓포를 퍼부으며 대응했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예비군 동원에 이어 지상군 투입도 고려하고 있어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8일부터 9일 새벽(현지시간)까지 가자지구 400여곳을 공습해 최소 38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어린이 6명을 포함해 17명 이상의 민간인이 폭격으로 희생됐다.
가자지구를 관장하는 하마스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첫 로켓포 공격을 개시한 뒤 북부로 공격 범위를 확대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마스 산하의 에제딘 알카삼 여단은 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 M75 로켓을 4발씩, 북부 도시 하이파에는 R160 로켓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에는 공습 사이렌과 함께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로 향하던 로켓포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에 격추됐으나 주민들의 대피가 이어졌다. 전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떨어진 로켓포는 117발에 달하며 그 가운데 45발이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4만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을 승인하고 가자지구 근방에 2개 여단을 배치했다. 며칠 안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역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츠하크 아하로노비츠 이스라엘 치안장관은 "군사작전은 하루이틀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지상 작전도 필요하면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모세 야알론 국방장관도 남부 지역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작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2012년 말 휴전 합의를 깬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은 안정을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150여명의 사망자를 낸 2012년 11월 '8일 교전' 이후 양측 간에 최악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국제사회에 "공습 중단을 위해 즉각 개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 일간지 기고문에서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을 '위험한 순간'으로 규정하고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식 입장은 우방국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로 기울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이어지는 로켓포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랍권 22개국이 속한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며 가자지구 공습 중단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격화… 전면전 치닫나
입력 2014-07-10 02:51 수정 2014-07-10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