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북아 외교전 클라이맥스… 예상 밖 만남 속출하나

입력 2014-07-10 03:49
요즘 우리나라 주변국 외교관들이 행사장에서 마주치면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게 다음달 9∼10일 예정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다. 다들 서로에게 “이번에 어느 나라와 회담이 예정돼 있느냐”고 캐묻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 일본을 만날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또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오는지도 궁금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RF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물밑 탐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ARF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모두 27개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국제 포럼이다. 북한도 가입해 있어 남북이 동시에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 채널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이번 ARF는 모든 만남이 다 함의가 있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누가 누구를 만날지에 따라 진짜 ‘속내’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ARF가 최근 한·중, 북·일, 북·러 간 밀월 및 중·일, 미·중 간 불협화음으로 촉발된 동북아 외교전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란 얘기가 많다. 특히 기존의 밀월 및 대치 관계를 뛰어넘는 전혀 예상 밖의 만남도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일 간 첫 외무상 회담이 성사될지에 관련국들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납치자 문제 해결과 대북 제재 해제를 주고받은 두 나라가 향후 국교 정상화까지 내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방북 문제가 전격적으로 거론될 수도 있다.

이 외무상의 참석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 외무상이 4월 취임한 이후 해외에 자주 다니고 있다”며 “북한이 매번 ARF에 참석해 왔기 때문에 그가 오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 외무상을 만나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틀지도 관심이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집단 자위권 행사 추진 등으로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거리를 좁힐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중국이 그동안 냉랭한 관계였던 북한이나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북·중 간 외무장관 회담의 분위기가 좋을 경우 향후 6자회담이나 두 나라 정상 간 교차 방문에도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파격적 행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은 물론 우리한테도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보여 온 북한이 이전의 국제무대에서와는 달리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미국이나 우리한테 먼저 만남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도 “주로 유럽에서 외교관 활동을 한 이 외무상은 국제 매너에 밝고 특히 외교적 스킨십이 아주 뛰어나다”며 “껄끄러운 나라들과도 스스럼없이 만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