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7’ 미네이랑 대참사… 브라질, 獨과 4강전 참패

입력 2014-07-10 02:54

전반이 끝난 뒤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는 0-5. 브라질 축구팬들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64년 전 벌어진 ‘마라카낭의 비극’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브라질은 9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했다. 브라질은 전반 11분 독일 공격수 토마스 뮐러에게 선제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미네이랑의 참극’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23분부터 6분간 4골을 얻어맞자 넋을 잃었다.

브라질은 월드컵 역사상 각종 굴욕의 기록을 양산했다. 월드컵 준결승에서 7골을 허용한 유일한 팀으로 남게 됐다. 개최국으로서 가장 많은 골을 허용한 국가라는 오명도 달았다. 6분 만에 4골을 허용한 것도 월드컵 신기록이다.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린 A매치에서 패한 것은 1975년 열린 남미선수권 준결승 1차전(페루전 1대 3 패) 이후 39년 만에 처음이다. 공교롭게 당시 경기도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브라질은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독일에 패하기 전 무려 62경기(43승19무) 동안 ‘안방불패’를 자랑했다.

1950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아차린 브라질 축구팬들은 공황 상태로 빠져들었다. 브라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열린 첫 번째 월드컵을 유치했다. 당시 브라질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회에 불참했다. 특히 당시에도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에 밀려 대회 유치에 실패하자 참가를 포기했다. 브라질로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브라질은 연승 가도를 달렸다. 예선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멕시코(4대 0)와 유고슬라비아(2대 0)를 완파하며 2승1무로 조 1위에 올랐다. 결선리그에서도 스웨덴과 스페인을 각각 7대 1, 6대 1로 제압했다.

1950년 7월 17일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우루과이 결선리그 최종전.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10분 전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1대 2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마라카낭 경기장에는 무려 17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있었다. 그 가운데 4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2명은 심장마비로 죽었고, 2명은 권총으로 자살했다. 브라질 곳곳에서 폭동이 벌어졌고, 전국에 조기가 게양됐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 장소가 마라카낭 경기장으로 결정되자 일각에선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자는 의도였다. 반면 오히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기회에 이곳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 64년 전의 비극을 지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브라질은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트라우마를 지울 기회를 잃었다. 이제 브라질 축구팬들의 뇌리엔 ‘마라카낭의 비극’ 대신 ‘미네이랑의 참극’이 자리를 잡게 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