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한국교회, 신학을 독선적으로 주장해선 안돼”

입력 2014-07-10 02:24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 교단과 교회들이 분열을 거듭하고 교회성장이 정체된 것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마다 신학 차이, 신학 차이 하는데 신학을 독선적으로 주장해선 절대 안 됩니다.”

지난 7일 오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난 이장식(93·사진) 한신대 명예교수는 다소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 교수는 이날 혜암신학연구소 창립예배와 강연회를 열고 초대소장에 취임했다. 연구소는 분열로 얼룩진 한국교회를 연합과 일치운동을 통해 하나 되도록 힘을 보태기 위한 취지로 세워졌다.

이 교수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신학을 열심히 공부하되, 차이만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사소한 신학 차이 때문에 교단이 분열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고 “분열 때문에 희생된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 초창기 목사는 청빈생활을 했고 목사와 교인들의 생활도 그 수준에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마치 성경에서 보는 초대교회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또 세상 사람들에게 건강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여생을 이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살면서 후회스러웠던 점은 없었느냐고 묻자 이 교수는 “하나님이 언제나 삶을 인도하셨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예수 잘 믿으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운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교수는 “힘이 부족하다”면서도 “사랑과 양보로 하나 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 아퀴나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30년 가까이 대구 계명대와 한신대 등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70세 때 박동근 사모와 함께 14년간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 헌신했다. 동아프리카장로교(PCEA) 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며 교회를 개척했고,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저서로 ‘기독교사상사’ ‘현대교회학’ ‘평신도는 누구인가’ ‘젊은 어거스틴’ ‘동서양을 아우른 세계교회사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원로신학자들이 가입돼 있는 혜암신학연구소는 해마다 2회 이상 학술지를 발간하고 1회 이상 세미나와 포럼을 가질 계획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