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선행학습이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의 주간 교육신문은 ‘유치원 교육을 소학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린이 선행학습의 폐해를 지적했다. 신문은 “일부 유치원이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포함시켜 소위 특색교육을 하고 있다”며 “너무 이른 소학 지식 교육은 어린이의 학습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특색교육은 신경계통에 부담을 늘려 공부를 고통으로 여기게 할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어린이의 명랑함 능동성 낙관성 자신감 자존심 등 건전한 인격 형성도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에서는 2000년대 이후 중학교(우리의 중·고교)가 서열화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교육열이 높아져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사교육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관한한 북한은 한국에 비해 새 발의 피다. 유아기 영어교육은 기본이고,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 순례로 고달픈 삶을 살아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교회 출석 어린이가 확 줄어들 정도이며, 고학년부터는 특목고 대비 학원에 다닌다. 정부가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국어고와 과학고 전형에서 입학시험을 없애고 각각 영어와 수학·과학 내신 성적만으로 뽑도록 했지만 선행학습은 여전하다. 내신을 위한 선행학습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서울 지역 중대형 학원 10곳의 수학·과학 선행학습 실태를 조사했더니 학교 정규과정보다 평균 4년이 앞섰다고 한다. 대치동 M학원은 초등학교 3·4학년에게 중학 과정, 4·5학년에게 고교 과정, 그 이후에는 대학 과정을 가르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서 지역 C학원의 영재고·과학고반은 중학생에게 대학 2·3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정수론을 편집해 가르친다고 홍보하고 있다.
교육부와 정치권이 ‘선행학습 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초·중·고교에서의 선행교육과 그것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고,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 대해선 선행교육 관련 광고 및 선전을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입법 취지나 실효성 측면에서 잘못된 법이다. 우수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박탈하고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법이다.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을 못하게 됐으니 우수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더 내몰게 생겼다. 애당초 선행학습을 법으로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남북한의 선행학습
입력 2014-07-10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