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9일(한국시간) 독일에 1대 7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의리 기용’ 때문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마치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을 연상케 한다.
스콜라리 감독은 최근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프레드, 헐크, 훌리오 세자르 등을 월드컵 대표로 선발했다. 브라질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컨페더레이션컵 때 멤버들을 거의 그대로 기용한 것이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이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만을 선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브라질은 4강까지 진출했지만 16강전에서 칠레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점을 벌이는 등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다. 전 브라질 대표팀 미드필더인 주니뉴 페르남부카누는 지난 4일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브라질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은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스콜라리의 아이들’ 가운데 골키퍼 세자르는 칠레와의 16강 승부차기에서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스콜라리 감독의 의리 기용에 힘을 싣는 듯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 공수의 핵인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가 빠지자 여지없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프레드는 제대로 된 슈팅 한번 기록하지 못하며 브라질 관중의 야유세례를 받았고, 세자르는 무려 7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헐크 역시 흐름을 끊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이날 대패는 독일의 조직력이나 기량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사실상 공수에서 엇박자가 나온 브라질의 자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콜라리 감독은 “내 축구 경력에서 가장 나쁜 순간, 축구 인생의 최악의 날”이라며 “오늘의 사태는 내게 책임이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스콜라리 감독 ‘의리 기용’ 붕괴… 소속팀서 활약 저조한 프레드·헐크 등 선발
입력 2014-07-10 02:52